사찰에서는 어린나이에 절에 들어온 출가자를 ‘올깎이’, 나이가 한참든 출가자는 ‘늦깎이’라고 부른다. 전설적 수행승 지허스님의 『선방일기』에는 그들의 특징이 뚜렷하게 묘사돼 있다.

‘올깎이’는 어려서 부모를 잃었거나 부모가 절에 맡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욕이 발동하기 이전 절에 갇혀 살아온 지라, 상대적으로 근면성실하고 적응이 빠르며 환속할 가능성이 낮다. 다만  사회생활은 백지여서 순진하기도 하고 특히 산술에 어둡다. 반면 ‘늦깎이’는 세상살이에 닳은 이들의 마지막 돌파구다. 

절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출가한 사람이 손위다. 절밖에서는 금지옥엽이었지만 절에서는 온갖 수모를 겪는다. 그들에게서는 불평과 불만과 반항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사주명리학에는 ‘화개(華蓋)살’이 있는데 이른바 스님이 될 팔자다. 자신의 재능과 욕망을 꾹꾹 억누른다는 뜻이다.

출가는 세상에서의 탈출이지만 도피는 아니다. 스님을 뜻하는 ‘승(僧)’이란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사람인(人)과 더할 증(曾)으로 나뉜다. 곧 사람됨을 쌓아가는 사람이다. 붓다의 제자들은 누더기를 입고, 탁발로 먹으며, 나무 밑에서 자고, 소의 오줌을 발효한 약(藥)만 써야 했다 (행사의行四依). 인간 이하의 조건을 견뎌야만, 사람됨을 쌓아갈 수 있다. 

하버드 대학원 출신, 베스트셀러 저자인 미국인 현각(56)스님과 혜민(47)스님, ‘스타 스님’들의 충돌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최근 한 방송에서 혜민 스님이 ‘남산타워 뷰’ 자택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다. 누리꾼들은 “무소유 등을 이야기 한 것과 실생활이 다르다”, “무소유가 아니라 풀(Full)소유”라며 비판했다.

이에 앞서 현각스님은 페이스북에 글 10여건을 연달아 올려 ‘연예인’, ‘도둑놈’, ‘기생충’ 등 원색적 용어로 혜민 스님을 비판했다. 그리고 다음날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두둔하고 나섰다.

출가한 스님이라면 당연히 절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거리에서, 사가(私家)에서 방황(?)하다 보니 잡음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스타 스님’이라면 당연히 절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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