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근 울산시 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 특별보좌관  
 

산업수도 신화이자 온실가스 주범 석유화학단지 명과 암 뚜렷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 대체땐 탄소 최다배출 오명 벗을 것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치밀 준비로 기후위기 극복도 주도하길

 

 

지난 13일 울산은 폐기물 소각장과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철강공정의 부산물인 산화칼슘(CaO)과 반응시켜 탄산칼슘(CaCO3)을 얻고, 이를 건설 소재나 화학품 소재로 활용하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았다. 화학식으로 정리하면 ‘CO2+CaO⇒CaCO3’이다.

기존에는 폐기물로 간주되어 이용할 수 없었지만 규제를 풀어 산업적 활용이 가능하게 한 것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도시의 오명을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날은 마침 울산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을 출범한 날이기도 해서 의미를 더했다.

우선 화학식으로만 보아도 공교로움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산업인 시멘트산업의 탄산칼슘 분해식인 ‘CaCO3⇒CaO+CO2’와 정반대의 역반응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역반응하는 양이 많지는 않아서 대표적 시멘트 산업체 두 곳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인 1,900만여t을 모두 역으로 탄산칼슘으로 저장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구를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배출원을 거꾸로 돌린다는 상징성은 충분하다.

수많은 분야의 산업체들은 성장 신화를 쓰는 동안 주인공으로서 역할하며 대접을 받았으나, 기후위기로 임계치가 명확해지는 21세기에서는 변화를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32% 정도가 산업 부문이고 교통수송은 14%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업공정 7.4%, 산업 26.6%, 전력 부분을 통한 간접 배출량 약 21%(전력·열 생산이 차지하는 37.9%에서 산업부문 사용을 계산) 등 총 약 55%를 산업부문이 차지하여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각하다(교통수송은 14%로 전 세계와 비슷하다).

그러면 울산은 어떤가? 2018년 환경부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총배출량은 7만2,700만t이고 그중 울산은 5.6%인 4,100만t이다. 산업공정 7.6%, 산업 67.4%, 전력 부분을 통한 간접 배출량 약 7.7%(전력·열 생산이 차지하는 13.8%에서 산업부문 사용을 계산) 등 총 약 82.7%이다(교통수송은 약 6%로 전국평균 이하이다).

특히 울산에는 최대 배출업종인 대규모 제철공장과 시멘트공장은 없지만, 세 번째 대량 배출업종인 석유화학단지가 밀집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S-Oil, SK에너지가 각각 7백만톤 이상을 배출하면서 울산에서는 최다배출업체를 기록, 석유화학업은 울산 전체의 반 이상, 산업부문에서 8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가히 과거부터 쌓아 온 산업수도라는 위상과 성과가 낳은 후과라 할 만한데,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에 비해 문제가 훨씬 심각한 것이다. 이제는 성장 신화의 주인공으로 누렸던 영광에 대해 성찰할 시대이다.

IPCC 1.5도 특별보고서에서는 지구 평균기온을 1.5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 기준 45% 줄이고 ‘2050년 넷 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9년 11월 4일 UN에 파리협정 탈퇴를 통보하면서, 자동차 연비규제와 석탄발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완화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반 환경 정책을 뒤집고 ‘2050 넷 제로’와 막대한 예산투입을 선언했다. 이미 일찌감치 2050 넷 제로를 선언한 대다수의 EU 국가들, 최근 2050 넷 제로를 선언한 일본, 중국의 2060 넷 제로 선언은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더 이상 다른 핑계거리를 찾는 일은 불가능하며 꾸물거릴 여유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25개국 1,216개 지자체가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포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으로 2050 탄소중립 국가대열에 합류하였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한 회원국에 세금을 매기는 ‘탄소 국경세’ 등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대하는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만시지탄의 느낌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전략은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성과도 있었으나 저탄소보다 증탄소 하였고, 박근혜 정부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영향으로 한때 목표 감축량을 늘렸으나 해외 감축분으로 돌려버리는 등 증탄소는 계속됐다. 만시지탄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어쩌면 가장 빠를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 규제자유특구처럼 시작은 폐기물 소각시설과 하수처리장에서 했지만, 넷 제로로 가기 위한 출입구를 연 셈이다. 한국판 그린뉴딜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울산에서는 700만 세대가 쓸 수 있는 대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6GW)를 조성 중이다. 2023년부터 울산 앞 먼 바다(60km)에 부유식 해상풍력이 세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는 전력구매제도가 개선되면 SK나 S-OIL 등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이 석유정제나 화학공정의 투입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되면 생산과정의 전체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는 ‘RE100’의 세계적 대열에 합류 가능할 것이고, 울산의 탄소 최다배출 공장은 사라질 것이다.

성장신화도 울산이 주도했지만 기후위기극복도 울산이 주도할 것이다. 국가적인 ‘장기저탄소발전전략(Long-term low GHG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LEDS)’을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지역주도의 탈 탄소 정책의 기치를 높게 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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