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말이 있다. ‘큰 과일은 먹지않고 남긴다’는 뜻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다 못하고 자손에게 재산을 남김을 말하고 있다. “나의 영혼은 신에게 바치며, 나의 육신은 땅에 바치며, 나의 유산은 내 혈연에게 남기노라”.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자기를 3등분해서 각기 따로 맡기고 죽었다.
유자손이안(遺子孫以安)이라는 말도 있다. 자손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는 것인 즉, 유산을 남기면 자식이 놀고 먹는 위태로운 버릇에 빠지기 쉽다는 뜻이다. “원래 인간은, 아버지가 살해된 것은 곧 잊지만 그 유산을 없앤 것은 좀처럼 잊지 않는다”<마키아벨리 ‘군주론’>. 철학자 스피노자는 돈 많은 유대인의 아들이었다. 욕심이 별로 없었다. 그의 누이동생은 오빠의 그런 성품을 알고 그것을 기화로 부친의 재산을 혼자서 독차지 하려고 했다. 이를 알아차린 스피노자는 대로(大怒)하여 누이를 고소해 승소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부친의 유산을 전부 누이에게 주었다.
가수 고(故) 구하라의 친어머니가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도 재산을 상속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방지하는 ‘구하라법’ 입법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상속인이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상속권을 박탈토록 하는 민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앞으로는 자녀가 부모에게 불효 하거나, 부모가 자녀 양육의 의무를 저버린 경우 법원 판단에 따라 상속을 받을 수 없다. 생전에 부모가 불효자의 상속권을 없애달라고 직접 소송을 낼 수도 있어 재산 상속제도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불효자’에 대해 다른 자녀들이 소송을 낼 수도 있다. 고 구하라의 경우처럼 다른 유족들이 친모에 대해 소송을 낼 수도 있다. 현행 민법도 ‘상속결격’ 제도를 두고 있지만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의 극악한 경우가 아니면 법적상속분을 가져갈 순 있다.
또 ‘용서’제도도 도입해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더라도 사망 전 유언으로 용서의사를 밝히면 상속권이 인정된다니 차가운 법에도 개전의 정이 엿보이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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