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는 서기 2000년 새천년을 맞아 상징물로 템즈강변에 공중 관람차 ‘런던 아이(London Eye)’를 설치해 관광명소가 됐다. 고색창연한 런던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런던 아이 캡슐은 의외로 넓직해 20여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도 공중 관람차가 시가지 랜드마크로 버티고 있다. 일본에 가면 대도시에는 으레 공중 관람차가 보인다. 특히 오사카에 가면 시가지 중심의 우메다(梅田) 관람차가 눈길을 끈다.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는 공중 관람차를 구경하기 어렵다. 성격이 급한 편인 한국 사람들에게는 천천히 도는 공중 관람차가 답답해서일까. 그렇지 않으면 안보상 문제 때문일까 궁금하다.
울산 사랑이 각별했던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회장이 2001년 호텔과 백화점을 지으면서 손색 없는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마음을 담아 ‘헌사’한 공중 관람차는 80억원짜리 상징물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세상을 떠난지 1년 만에 롯데백화점 측이 공중 관람차 철거를 졸속 추진해 창업주의 고향사랑 유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 회장은 일본의 공중 관람차를 유심히 봐왔을 것이다. 롯데 측이 공중 관람차 철거계획을 남구청에 고지한 것은 지난해 6월 말이었다. 공중 관람차가 지역 랜드마크로 운영돼 왔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퇴색해 운영중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만약 지자체가 공중 관람차를 관광시설로 재활용하겠다면 무상양도 하고, 아니면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지 규제 등 법적 제약이 많아 재활용이 쉽지 않다.

2005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지에 울산이 소개된 적이 있다. 울산의 자동차 공장과 조선소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의외로 롯데백화점 옥상에 우뚝 선 공중 관람차와 시가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어 울산을 소개했다. 타임지 기자의 눈에는 공장풍경 보다 공중 관람차가 울산의 볼거리로 돋보였던 것 같다.

울산엔 도시 상징물이 없다. 그나마 시가지를 지키고 있는 공중 관람차마저 사라진다면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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