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닭의 기원은 공룡이다.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키랍토르’처럼 사나운 이족 보행 공룡으로부터 나왔다. 그런데 근육질 꼬리와 무거운 몸으로 갑자기 하늘을 날 순 없다. 오랜시간에 걸쳐 하늘을 나는 데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 왔다.


치킨에서도 날기 위한 진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부위가 가슴살이다. 새는 몸 대비 가슴 근육의 비율이 30%로 다른 동물에 비해 유난히 높다. 닭은 가슴 근육 덕분에 힘차에 날갯짓을 할 수 있다. 소나 돼지의 가슴살이 따로 판매되지 않는 건 포유류의 가슴살이 발달하지 않는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치킨에서 가장 맛있는 분위는 어느 곳일까. 육수 재료인 닭 뼈에 붙은 살을 추천한다. 특히 등 부위에 있는 목 주변 근육이다. 부리로 먹이를 줍는 닭은 부지런히 목을 움직이는데, 이때 근육에 탄력이 생겨 씹을수록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비상 속에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심상찮다. 15일 현재 333개 농가의 닭, 오리  1,897만마리가 살처분 됐다.


그런데 정부의 ‘반경 3km 이내 살처분’ 규정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이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살처분 규정은 반경 500m 이내 범위였다가 2019년 말 3km로 개정되면서 혼선이 가중됐다. 특히 직선 거리이기에 실제 거리가 더 멀어도 살처분 대상에 속한다. AI검사에서 음성이라도 직선 반경 3km 이내면 살처분된다.


미국·이탈리아·일본 등은 주로 발생 농가에 한해 살처분 된다. 역학 농가는 정밀 검사 후 문제가 있을 때만 살처분한다. 강력한 AI방역대책을 펴는 네덜란드도 반경 3km 이내 농가를 대상으로 AI검사를 한 뒤 반경 1km이내 농가에만 예방적 살처분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항원뱅크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항원뱅크를 통하면 몇시간 만에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AI 발생 농가 주변의 가축들에게 주입하면 된다. 백신으로 일정 수준이상 방어할 수 있다. 백신 접종과 살처분 병행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도 무조건 ‘3km 살처분’ 통보에 닭 농장주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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