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명칭 삭제하고 지역에 더 많은 권한 이양해야
국세·지방세 비율 6대4로 조정해야 경쟁력 높일 수 있어
정체성·자존심 바로 세워 울산이 중심인 울산 만들어야

 

김종섭(울산광역시의회 의원)

서울공화국. 어느 때 부터인가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서울공화국이다. 정치와 경제에서부터 교육과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과점도 위험한데 독점이니 더 말할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서울을 확장한 수도권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다. 세계 최상위권의 인구밀도를 자랑하고 있다. 한때는 자랑이라고 수사적으로 쓰였지만,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현실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실효성 없는 논쟁만 쳇바퀴 도는 사이, 서울공화국은 돈과 사람, 정보 등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반세기 넘게 독식(獨食)과 폭식(暴食)을 거듭하면서 서울공화국은 비만(肥滿)을 지나 초고도비만 상태에 이르렀다. 서울공화국의 여파가 인접한 인천과 경기도로 확장되면서, 이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地方)은 말 그대로 아사(餓死)직전이다. 지방소멸(地方消滅)이라는 신조어의 등장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소멸의 시계는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서울공화국의 기세가 지금처럼 지속되는 한 더 더욱 그렇다. 서울을 중심에 놓고, 다른 지역은 지방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어 버리고, 묶여 있는 상황에서 서울공화국이라는 절대 아성을 깨트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서울공화국을 깨트리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을 중앙으로, 중앙을 서울로 동일시하는 인식의 틀부터 과감히 깨트려야 한다. 상생(相生)이니 윈윈(win win)이니 하는 말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지극히 서울 중심에서 비롯된 지방(地方)이라는 단어부터 삭제해야 한다. 굳이 지방의 대체 개념으로 쓴다면 지역(地域)이라는 용어가 어쩌면 더 적절할 것이다. 그것이 자치와 분권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어울리는 말이다. 언어는 생각의 집이라고 했다. 생각이라는 집이 곧고 바르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걸맞은 언어가 활용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최근 울산지방경찰청이 울산광역시경찰청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자치경찰시대에 발맞춰 지방이라는 단어를 빼고 광역시를 넣었다. 21년만에 울산경찰청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다른 시도지방경찰청도 똑같이 지방을 삭제하고 시도의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무척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에 견주어 지방은 종속적 하위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앙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거창하고 담대한 것처럼 느껴지고, 지방은 조잡하고 하찮게 느껴지고 있다. 뭘 그렇게까지 피해의식을 갖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것 또한 모른 척 눈감을 수 없는 현실이다. 지방대학을 뭉뚱그려 ‘지잡대’라고 하는 혐오의 표현이 난무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지잡대’에 앞서 지방을 비하는 의미에서 오래 전부터 ‘지방방송은 꺼라’는 말이 마치 속담이나 격언처럼 굳어진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방송이야말로 지역밀착형 소식과 정보제공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농담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부적절한 사례일 것이다. 


울산경찰청을 계기로 공공의 영역에서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기관부터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울산검찰청으로, 울산지방법원은 울산법원으로,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울산해양수산청으로,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울산노동위원회로 수정해야 한다. 기관의 명칭 변경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정비가 선행되어야겠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내 서울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된 지방이라는 낡은 이름을 떼어내야 할 것이다. 지방이라는 명칭을 삭제하는 것과 함께, 중앙은 지방이 아니라 지역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지역을 중앙을 위한 생산 및 공급기지 역할에 머무르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은 지역 그 자체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그 밑거름은 재원이다. 동정이나 시혜차원에서 마치 대단한 은전을 베푸는 것처럼 교부세로 지역을 좌지우지하려는 음습한 관행을 버리고, 현행 8대2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까지 반드시 조정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지금껏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조정은 하세월이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중앙의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앞에서도 말한, 종속적이고 하위적인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방(地方)을 버리고, 지역(地域)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 울산은 서울공화국의 지방이 아니라, 울산이 중심인 그냥 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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