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축제보다 분열과 긴장속에 치러진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장면을 보면 19세기 남북전쟁시기와 흡사했다.

남북전쟁 전운이 고조되던 1861년 미국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된 에이브러햄 링컨은 취임식 전날 변장을 한 채 도둑처럼 백악관에 숨어들어야 했다고 한다. ‘워싱턴을 폭파하자'며 떼로 몰려든 남부 분리주의자들의 암살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남북전쟁 당시 링컨 반대파가 휘날렸던 남부연합군 깃발을 들고 의회에 난입하는 등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160년 전의 링컨과 너무 닮았다. 

뿐만 아니라 1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까지 세웠다. 트럼프 이전 현직 대통령이 후임자의 취임식에 불참한 최근의 예는 1869년 앤드루 존슨이다. 공교롭게 존슨도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단임으로 끝난것도 트럼프와 같다. 존슨은 자신의 탄핵에 찬성했던 율리시스 그랜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취임식에 불참했다.

트럼프라는 ‘폭탄’은 미국 정치를 ‘리셋’하지 못했다. 오히려 무너진 건 공화당 이였다. 대통령뿐 아니라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고무한 군중이 의회를 급습하는 초유 사태까지 벌어져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갈라놓은 나쁜 정치. 민주주의를 악용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타락한 포퓰리즘. 우리에게도 낯설지가 않다. 현 정권의 행보가 포퓰리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포퓰리스트는 자신만이 국민의 대변자라 주장하며 권력을 잡은 후에도 피해자 행세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180석을 가진 후에도 야당을 탓하고, 언론을 탓한다. 자기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국민의 적’으로 몰아간다.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을 장악했다. 폴란드·헝가리도 그렇게 법치·민주주의를 망가뜨렸다. 그런데 미국을 민주주의의 교과서가 아닌 반면교사로 삼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