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호근 울산시의회 의원  
 

 

긴급재난지원금 요일제 지급, 창구 마비·시민 불편 불 보듯
같은 결정한 타 지자체 참고해 온라인·현장방문 병행 필요  
전 세대에 투명하고 매끄럽게 지급될 수 있도록 지혜 모아야

 

울산시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대에 1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울산시에서 발표한 지급방식을 보면, 세대주(또는 위임받은 자)가 생년월일 끝자리에 해당되는 요일에 관할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해서 신청하면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한다고 한다. 물론 대단지 아파트나 거동이 불편한 세대에는 직접 방문신청도 병행한다고는 하나 지급기간(10일간) 동안 행정복지센터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한 지급과정에서도 사람이 몰리고 방역과 줄 세우기 등에 많은 행정력이 낭비될 뿐 아니라 행정복지센터 내 주차난도 단순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특히,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상황을 만드는 울산시의 지급방식은 집단감염의 우려를 간과한 부적절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생년월일 기준 5부제 지급방식은 공적마스크 5부제로 출생연도 끝자리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혼선을 부른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부는 정부대로 각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재난지원금을 한발 먼저 지급하려고 온통 이벤트성 경쟁뿐인 것 같아서 참 씁쓸하다. 선심성 지원에만 매몰되어 정작 재난지원금을 실제 지급하는 일선 창구에서 시민들이 겪을 불편과 행정력 낭비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지급방식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10만원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기다리면서 느껴야할 묘한 기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 시민들은 과거 어렵던 시절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생각이 나기도 할 것이다.

이런 지급방식이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가 아닌지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왕에 긴급 지급하기로 했다면, 세대주 통장 계좌로 입금하거나 아니면 울산시와 같이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타 지자체처럼 온라인과 현장방문을 병행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지급대상과 지급금액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수십억 원의 재산이 있어도 10만원, 1인 가구도 10만원, 4인 가구도 10만원이다. 어떤 가구에는 줘도 그만 안줘도 그만이지만 어떤 가구에게는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이번에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476억 원이라고 하는데 이 중 시가 70%, 구군에서 30%를 부담한다고 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이 아니라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해야만 하는 큰돈이다. 시는 물론이고 구군에서도 상당한 재정부담이 되는 액수일 것이다.

이처럼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시책은 미리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도 듣고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와 구군의회의 의견을 먼저 들은 다음 결정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울산시장과 구청장 군수들이 독단적으로 지급을 결정하고 발표부터 해버린 것이다. 이는 시와 구군의회의 예산심의 기능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돈 준다는 것을 홍보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민선7기 송철호 시장의 일방통행식 독주행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구 원 도심에 있는 옛 중부소방서 부지는 중구민들이 오랫동안 광장조성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는데도 이를 묵살하고 이 자리에 12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를 건립 결정한 것과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가덕도 신공항 지지선언을 덜컥 해 버린 것, 공해차단녹지 역할을 하고 있는 야음근린공원에다가 대단지 임대주택 건립을 결정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급하게 만든 ‘울산광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조례’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제6조 2항에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원금액, 지원기준, 지원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시장이 정한다’는 조항은 별도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시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시장이 정할 수 있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재난지원금도 시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다가 보니 여러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모든 시민들이 어렵다. 특히 중소 상공인은 물론 자영업자 등은 하루하루 버티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분들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 재난지원금이 투명하고 매끄럽게 지급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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