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거의 모든 인터뷰 상대에게 빼놓지 않았던 철학적 질문이 있었다. “우리는 죽은 뒤엔 어떻게 될까요?”였다.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은 뒤부터 그는 평생 죽음이란 문제에 천착했다.
미국 CNN방송 간판 토크쇼 진행자로 ‘토크쇼의 전설’로 불린 래리 킹(87)이 23일(현지시각) 로스엔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12월 코로나 19 로 로스엔젤레스의 한 병원에 입원, 투병 끝에 숨졌다. 두꺼운 뿔테 안경과 멜빵, 걷어올린 셔츠 소매 등이 트레이드마크였다. 
1987년 심장 수술 뒤 급격히 살이 빠지자 헐렁한 바지가 흘러내려 멜빵을 메기 시작했다. 150여개의 멜빵을 갖고 있고, 모든 바지에 멜빵을 고정하는 단추를 달았다고 한다. 그는 많은 재산을 모았지만 사치와 도박에 빠져 두번 파산하기도 했다. 5명의 자녀 중 2명을 먼저 보냈고, 평생 7명의 여성과 8번 결혼했으며 그중 한명과는 두번 결혼하고 두번 이혼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한 토크쇼를 ‘정보(information)’와 ‘재미(entertainment)’가 결합된 ‘인포테인먼트’라고 불렀다.
그가 때린 홈런수가 백인들의 우상인 베이브 루스(1985~1948)의 기록(714개)에 근접하자 극심한 모욕과 협박에 시달렸다. 1974년 시즌을 앞두고 그의 집에 배송된 협박 편지가 100만통에 가까웠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1974년 4월 8일 LA다저스전에서 통산 715호째 홈런을 날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흑인 홈런왕 행크 에런이 23일 87세로 별세했다. 1976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그의 755개의 홈런 기록은 그후 3년간 깨지지 않았다. 2007년 배리 본즈(57·전 샌프란시스코)가 기록을 깬 뒤 그해 762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은퇴했다. 하지만 금지약물 복용이 들통나 의미가 퇴색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두 인물이 같은 날 저 세상으로 떠났다. 우리 모두에게 지난 1년여의 시간만큼 죽음을 가깝게 느낀 시기는 없었다. 래리 킹과 행크 에런은 자신들의 생애를 빛낸 가장 중요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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