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번화가 서면 골목 주점 테이블 절반 이상씩 채워져
오랜만에 북적이는 매장에 업주들 "점차 나아지겠죠" 위안
일부 업주들은 "5인 이하 집합 금지 풀고, 더 연장해야"
술집·거리 떠도는 일부 시민들 턱스크 예사…거리두기 아쉬워

오후 10시 되자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 연합뉴스

"그동안 막대한 월세, 인건비를 충당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완화된 첫날인 8일 오후 9시 부산 서면.

이날부터 기존 오후 9시까지였던 식당, 카페, 노래연습장 등 모든 시설 운영 시간이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됐다.

지난주보다 1시간밖에 연장되지 않았지만, 거리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골목마다 즐비한 술집 안 테이블들은 절반 이상씩 채워진 상태였다.

대목을 맞이한 듯 술집 대부분은 손님을 끊임없이 받았다.

1시간 뒤, 오후 10시가 다가오자 술집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거리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오후 9시가 되면 소수 사람이 귀가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지난주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의 들뜬 마음은 오랜만에 북적이는 매장을 바라보는 카페, 식당 업주들과 비슷했다.

대부분 업주는 영업시간이 1시간이나마 연장된 것에 대해 만족해했다.

부산진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그동안 도심 한복판에서 월세, 인건비 등을 충당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이대로 점차 나아진다면 회복세로 접어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웃음을 내비쳤다.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손님 수가 눈에 띄게 늘지 않아 당장 다음 달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그러나 영업시간이 연장되면서 앞으로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설 대목을 앞두고 영업 제한 조치가 완화된 터라 환영하는 목소리가 컸다.

A씨는 "보통 설 당일 이외 다른 연휴에는 번화가에 쇼핑 등으로 많이 놀러 나오니 손님이 많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볼링장과 헬스장 역시 영업시간이 1시간 연장되면서 화색이 돌았다.

부산 한 볼링장 업주 C씨는 이날 손님들이 몰릴 것에 대비해 가족까지 근무에 투입한다. 직원들을 해고 한 터라 일손이 부족할 것에 대비한 조치다.

C씨는 "보통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간단히 식사를 마치면 8시 정도"라며 "10시까지 시간이 연장되면서 손님들이 방문하기 편한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9시까지 영업하면 매출이 평년의 20∼30%지만 10시까지만 영업해도 60% 수준은 회복될 것"이라며 "11시까지 한다면 매출은 80%까지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한 헬스장 업주도 이번 조치로 숨통은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D씨는 "1시간 연장으로 당장 오늘 손님이 늘지는 않았지만, 설 연휴가 끝나고 손님들이 다시 운동을 결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시간 내 많은 손님이 몰려 오히려 감염 우려가 커지는 풍선효과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동래구 한 헬스장에서 일하는 트레이너는 "직장인 퇴근 뒤 오후 7∼9시까지 많은 사람이 오다 보니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기 어려웠다"며 "오히려 오후 10시까지 영업시간이 늘어나니 간격을 띄우고 여유 있게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여전히 금지되고, 영업시간이 더 늘어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0)씨는 "영업시간 제한을 더 완화해 밀집도는 낮추고,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완화 조치로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지만, 곳곳에서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면 번화가 거리는 오후 10시까지 다음 술집으로 이동하거나 잠시 바람을 쐬기 위해 서성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스크를 턱에 내리고 코를 내놓는 '턱스크', '코스크'를 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담배를 피워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도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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