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의 친환경화, 선택이 아닌 필수
지게차 수소연료전지 등 기술개발 매진
글로벌 리더로 세계시장 선도하길 기대

 

김희수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수소·친환경에너지연구실 실장

“건설기계에도 수소 바람이 분다” 이 문구는 2019년에 열린 수소 건설기계발전포럼을 소개한 언론 기사의 제목이다. 필자는 건설기계인으로서 정부의 수소 활성화 정책 분야인 수소생산, 운송 및 저장, 그리고 수소차 및 기타 모빌리티 중 수소지게차, 수소굴착기로 대표되는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분야 업무를 맡고 있다. 

건설기계란 용어가 조금은 생소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과 함께한다. 이를테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로포장, 혹은 건축공사 등에 사용되는 기계들이 대표적인 건설기계다.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인 만큼 시장규모도 크다. 세계시장규모는 2,027억불(2019년 기준)로 조선에 비해 2배, 섬유기계에 비해 5배 이상 크다. 국내의 경우 총 생산규모 약10조원으로 30%는 내수, 70%는 수출을 하고 있다. 이러한 건설기계는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35종이 규정돼 있다.
 
70~80년대 건설기계의 기술 목표는 ‘고장 나지 않는 것’이었다. 작업 기한을 맞춰야 하는 건설 산업의 특성상 내구성능이 건설기계의 가장 중요한 척도였다. 90년대로 접어들어 내구성능이 확보되며 효율성, 작업성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효율성과 작업성이 갖춰지며 친환경, 무인화 등과 같은 고도의 가치가 요구 되어졌다. 이 중 친환경에 대한 요구는 비도로형 건설기계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와 맞물린다. 최근(2020년)에는 주요국을 중심으로 한층 강화된 환경규제를 적용하거나 적용할 예정이며 대표적으로 유럽의 Stage 5와 미국의 Tier 5를 들 수 있다. 

바야흐로 건설기계의 친환경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 환경적 관점에서 최근 큰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의 경우 2017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비도로분야 미세먼지의 약 40% 이상을 건설기계에서 배출한다. 또한 산업의 관점에서 글로벌 환경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수출을 할 수 없다. 즉, 친환경화를 하지 못하면 제품을 팔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친환경화 트렌드에 배출가스를 발생하지 않는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단 배터리는 내연기관의 연료탱크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이며, 수소연료전지는 내연기관의 엔진과 같은 에너지발생장치로 그 성격은 다르다. 건설기계 특성상 에너지소비가 많은 중대형에는 수소연료전지, 소형은 배터리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는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요구가 혼재돼있는 상태다. 따라서 기술 발전 수준과 사용 인프라, 그리고 정책에 따라 다양한 동력 시스템들이 서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18년 기준 2만2,000대 이상의 수소지게차가 생산 및 판매됐으며 현재 월마트와 아마존 등 대형 물류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유럽은 Hylift 및 H2IntraDrive 등 대규모 실증을 다수의 나라에서 진행중에 있고 일본은 토요타의 수소지게차를 중심으로 오사카공항, 도요타 물류창고 등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JCB, 볼보를 위시한 글로벌 기업들은 수소굴착기를 신규 개발 사업으로 추진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가온셀(구 프로파워)이 정부 지원을 받아 2.5톤 지게차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 2019년 범한산업과 건품연 컨소시움이 2톤급 굴삭기용 수소파워팩을 개발했고 2020년부터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모비스, 건품연 컨소시움이 14톤급 건설기계용 수소시스템이 개발중에 있다. 개발 완료된 소형 수소지게차는 현재 울산 및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 실증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안전기준 수립과 한국 중심의 국제표준화가 진행 중이다. 과거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기술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필자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이를테면 해당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건설용 수소충전 기술개발이 필요한 상황이고 현재 구축된 수소충전소에서 임시충전도 ‘자동차용’으로 사용범위가 한정돼 건설기계를 비롯한 기타모빌리티 충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사업화를 위해 시장 환경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 건설기계는 세계 6~7위권으로 글로벌 5위내 진입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는 외국의 글로벌 기업 2-3개의 기존기술에 비해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현재 한국이 글로벌 리더이다. 이러한 모멘텀을 살려 대한민국이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분야 글로벌 리더로서 세계기술을 선도하길 기대해본다. 

김희수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수소·친환경에너지연구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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