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육신은 썩지만 이름만은 영원히 남을수도 있다. 그것을 불후(不朽·썩지 않음)라고 했다. 그 불후의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말을 세우는 것(立言)’이다. 그래서 예수나 공자 등 성인(聖人)과 지도자들은 ‘입언’을 위해 노력했다. 

모택동은 자신의 말을 모아 ‘모택동 어록(毛澤東語錄)’을, 등소평(鄧小平)도 가는 곳 마다 ‘말’을 남겨 남순강화(南巡講話)니, 광동강화(廣東講話)를 만들었다. 중국어에서 ‘강화’는 ‘말을 하다’는 뜻이다. 말이 중요하니 덩달아 세치 혀(三寸舌)가 항상 주목의 대상이 됐다. 혀는 잘 쓰면 영약이지만 잘못 쓰면 사약이 된다. 

진(秦)나라를 도와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쌓았던 장의(張儀)는 세치 혀로 제후들을 설득하여 진나라를 섬기도록 만들었다. 그 공으로 그는 유력 정치인이 될 수 있었다. 세치 혀가 영약이 된 케이스다. 

반면 사마천(司馬遷)은 혀를 잘못 놀려 궁형(宮刑)의 치욕을 맛보아야 했다. 또 한비자(韓非子)는 혀가 민첩하지 못해 사약을 받고 죽었다. 세치 혀가 사약이 된 케이스다. 여기서 우리는 말이란 잘듣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말을 잘못하여 곤혹을 당하는 운수가 구설수(口舌數)다. 주역에 나오는 태괘(泰卦)라는 것이 구설(口舌)과 여자를 동시에 뜻한다. 예나 지금이나 아무래도 여자가 특히 말이 많은 것은 금물로여겨 ‘칠출(七出)’이라 해 칠거지악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란 말처럼 적어도 남자의 한마디 말은 천금의 무게와 가치를 지닌다는 얘기다. 사회 지도층이나 공인의 위치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거짓말로 스타일을 구긴 대법원장이 사과말을 했으나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또다시 망신을 당했다. 거짓말을 가려내는 판사가, 그것도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자리를 흔들고 있다. 결국 대국민 사과로 말빚을 갚으려고 나섰지만 입언(入言)과 실언(失言)은 하늘과 땅 차이니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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