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에도 ‘해피 엔딩’은 없다. 병원의 가장 비장한 공간이 ‘호스피스 병동’이다. 그곳에선 완치되어 나가는 환자가 없다. 다시 찾는 ‘단골 환자’도 없다. 한번은 와야 하지만, 딱 한번만 오는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병동에도 나름의 ‘이벤트’가 있다. 이른바 ‘마지막 소원 들어주기’로 풍선에 각자의 소원을 적어 날린다. 각자 살아온 인생에 대한 애환과 회한이 묻어 있고, 떠나고 난 뒤 가족들에 대한 바람이 담기곤 한다. 일본에서 말기암 환자 1,000여명을 떠나보낸 호스피스 전문가 오쓰 슈이치 박사가 쓴 책 ‘죽을때 후회하는 25가지’에서나 우리나라 호스피스 전문가들이 말하는 ‘죽기전에 해야 할 것’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한 평생을 살면서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다.

자식들을 결혼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고향을 찾아가지 않았거나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나 가고 싶었던 곳을 여행하지 못했던 일들을 후회한다. 또 세세하게는 유산을 정리하지 못한 것, 장례식 준비를 못해 놓은것에 대한 후회도 많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있다. 인간이 자신의 몸에 저지른 행동을 따지면 그 죄목(罪目)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를 보면 삶의 마감이라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장수(長壽)대국’ 일본에서 홀로 사는 고령자 세대 비율이 20%에 육박하면서 유품 정리와 장례 등 죽음 이후까지도 스스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노후 뿐 아니라 사후도 준비해야 한다. 가족이 없는 무연사(無緣死) 역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가족이 있다 해도 장례식 없이 사후 곧바로 화장하는 직장(直葬)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세상을 떠날 때 사후처리 절차와 계획을 스스로 기록한<임종(臨終)노트>는 필수품이 됐다. 장례절차나 유품 처리, 매장 장소 등과 관련 업체의 연락처 등이 꼼꼼히 기록된다. 어쩌면 인생의 밑그림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출발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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