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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귤과 탱자 이야기로 보는 문화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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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소장·예술학 박사
  • 승인 2021.04.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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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 물과 토양의 영향으로 ‘탱자’로 바뀌 듯
 지역의 문화도 생활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
 문화도시, 경제보단 친인간적 측면서 접근을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소장·예술학 박사


‘귤이 회수(중국 3대강중 하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 말기에, 제나라 재상 안영이 자신의 작은 키를 두고 초나라 왕이 제나라를 업신여기는 것에 대응하면서 나왔다. 

한번은 초나라 왕이 절도죄로 인해 잡혀가는 제나라 사람을 보며,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는가?”라고 안영에서 조롱하듯 묻자, 안영이 말하길, “회남의 귤나무를 회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는데 그 이유는 물과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질을 몰랐는데,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하는 것을 보니 이 나라의 풍토가 좋지 않아 그런가보다”라고 응수했다. 이 말에 초나라 왕은 크게 무안해했다. 
요컨대 이 말은 귤이 탱자로 바뀌는 것은 물과 토양이 원인이지만, 사람이 바뀌는 것은 사회적 환경의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울산은 문화도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도시는 중앙정부주도로 지역의 문화를 획일적으로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독특한 지역문화를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즉 완성형이 아니라 과정형 도시 모델이다. 그런데 울산시는 문화도시와 함께 문화관광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과 문화관광재단 출범, 반구대암각화 유네스코 우선 등재,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마이스(MICE) 산업 개발 등 굵직굵직한 사업이 일어서고 있다. 분명 이러한 문화주도 도시계획은 그 동안 대한민국 산업수도의 역할을 해온 울산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주도 도시계획에 대해 좀 더 숙고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문화도시는 문화를 경제적 측면보다 친인간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는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이다. 도시는 나이테나 생애주기와 같이 생명 안에서 모순과 대안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궁핍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산업화 시기 도시는 점차 인간의 삶이 파편화되고 소외되는 공간이 증가하게 되면서 새로운 도시모델을 필요로 하게 된다. 산업도시, 세계도시, 창조도시와 같은 다양한 이름들은 다음 세대를 위한 도시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은 모두 경제중심성 때문에, 양극화를 양산하는 이중도시(dual city)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는 문화도시를 좀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문화도시는 과거 1980년대 유럽문화도시를 표방한 문화주도 도시재생(cultural-led regeneration) 계획이 아니다. 

문화주도 도시재생은 도시정부의 주도로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을 통한 도시재생이다. 이 도시재생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투입될 뿐 아니라 실패할 경우 손실 역시 막대하다. 예컨대 유럽문화수도의 성공사례로 알려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나 스페인의 구겐하임은 초기 몇 해를 제외하고는 관광객 효과와 일자리 특수가 현저하게 떨어졌고, 지역 콘텐츠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엄청난 투자비 탕감을 위해 장기적인 채무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헬싱키는 구겐하임 수입 계획을 철회했다. 

문화는 단지 위대한 사람들에 의해 생성된 결과물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특정한 생활(삶)의 방식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기구는 문화를 저마다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생성, 유지, 발전하는, 즉 인류 진화의 결정적 요소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문화도시는 문화로 장식된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의 특정한 삶의 방식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꿔지는 도시다. 

결국,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문화도시가 ‘귤’이 될지 ‘탱자’가 될지는 결국 지역에서 살며 생활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것 때문에 문화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사람중심 개발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문화도시와 문화관광도시를 동시에 추진하는 울산은 초나라 왕에게 필요했던 것처럼, 사람에 의한 문화에 대해 더 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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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소장·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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