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사전』 에 ‘부부’는 한 글자로는 ‘짝’, 두 글자로 ‘하나’, 세 글자로 ‘나란히’, 네 글자로 ‘평생 친구’, 다섯 글자로 ‘사랑합니다’ 열여덟 글자로는 ‘당신이 그랬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요’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소설 도입부 중 하나인 이 문장은 간단치 않다. 금언(金言)처럼 간결하면서도 수수께끼처럼 아리송하다. 
무슨 뜻일까? 첫 문장 다음에는 바람피운 남편 때문에 풍비박산 난 어느 가정의 풍경이 이어진다. 아내는 남편과 한집에서 살 수 없다고 선언하고, 하인들도 저마다 흩어지고, 아이들은 방치되어 제멋대로 뛰어다닌다. 한 마디로 ‘콩가루 집안’이 된다.
이 ‘콩가루 집안’의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 여주인공 안나 카레니나다. 고위직 관료 남편과 아홉살짜리 아들을 둔, 모든 것이 완벽한 그녀는 오빠 집안을 봉합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자신은 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가정이 풍비박산 난다.
단 한 번 진짜 행복(진짜 사랑)에 충실했던 여인이 ‘외도’란 죄명으로 불행해지는 건 일견 모순이다. 그 모순을 알기에 톨스토이는 따뜻한 연민의 손길로 묘사한다. 그녀를 죽게 만들면서 속으로는 사랑하고 용서한 듯하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그녀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톨스토이의 눈은 하늘 높은 곳에 있다. 톨스토이 역시 평생 행복하지 않았다. 톨스토이 박물관에 걸려있는 가족 초상화를 보면 부부의 시선이 각각 다른 쪽을 향해 있음을 주목해 봐야 한다. 
마이크로 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6)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57) 부부의 이혼 뉴스에 세상 사람들의 첫 번째 관심은 ‘재산 분할’ 문제이고 그다음이 ‘이혼 사유’인 것 같다. 그리고 1남 2녀 자녀들이 모두 엄마 편이라는 사실이다. 결혼은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사람과 하라고 했다. ‘가정의 달’에 온갖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