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규 유네스코울산광역시협회 사무국장

낚시 즐기는 인구 700만명 돌파…안정장비는 필수
낚시터 주변 환경 청결히…특히 치어는 놓아줘야
서로 배려하는 여유 필요…품격있는 취미 되기를

영등할매가 바람을 몰고 왔던 음력 2월 영등철이 끝나고 바다가 조금씩 따듯해지면 꾼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바깥 활동을 하기 좋은 날씨에 천원짜리 채비를 사서 호기심을 채우는 아이들도 보이고, 소싯적에 챔질 꽤나 했다는 동네 어르신도 부둣가에 나와 앉은 모습이 생활 낚시의 계절이 왔음을 말해준다. 낚시의 역사가 인류와 함께해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본다. 낚시는 배고픈 인류가 행한 수렵활동의 원류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낚시는 허기를 채워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그럴싸하게 펼치는 역할도 했다. 주나라 강태공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태공들의 낚시는 생존이나 역사와는 상관없이 여가생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바다가 멀지 않고 강과 호수가 곳곳에 있어 생활권에서 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재미삼아 해보던 낚시가 최근 들어서는 꽤나 전문화된 모습을 보인다. 여가활동 순위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70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낚시를 소재로 한 방송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1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인채널도 흔해졌다. 그러나 즐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낚시가 주는 자유로움이나 쾌감은 줄고 고민할 거리가 늘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욕심이 있다. 두고두고 자랑할 만한 대물을 잡는 것과, 언제든 냉장고처럼 꺼내 먹을 수 있는 포인트를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최고의 장비를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간혹 과한 욕심이 되어 사고를 만나기도 한다. 금지된 곳에 물고기가 몰려있을 것 같고 파도가 높을수록 대물의 입질을 받을 것 같지만 참아야 한다. 특히 바다는 얕잡아보는 순간 무자비하게 돌변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구명조끼를 비롯한 안전장비를 챙기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낚시터와 놀이터가 겹치는 경우도 있는데 일반인이 많은 해안가에 어린 아이들이 주변에 있다면 낚시를 던지기 전에 꼼꼼히 살펴보자. 안전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항상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안전만큼 중요한 것이 환경이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버려진 낚싯줄, 납추, 각종 비닐봉지와 음식물 그리고 물고기의 사체가 갯바위 틈새나 낚시터에 늘려있다. 치어를 잡았거나 대상 어종이 아니면 곱게 보내주어도 될 텐데 풀어주면 소문을 내서 다 도망을 간다며 땅바닥에 던져 놓고, 살려주면 물었던 놈이 또 물까봐 패대기를 치고 이렇게 방치된 오물들이 썩어 악취가 진동을 한다. 앞선 낚시꾼이 더럽혀 놓은 자리에 서면 기분부터가 나빠진다. 마음은 급한데 그것을 다 치우자니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일이 귀찮겠지만 환경을 지키는 일에도 부지런을 떠는 멋쟁이 낚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족자원은 무한하지 않다. 산란기에 들어간 어종과 일정 크기가 되지 않은 치어는 잡지 말아야한다. 낚시를 좀 해본 사람이라면 철마다 금어기에 해당하는 어종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낚시의 꽃이라는 손맛을 보려고 일단 잡고 보는데, 씨가 마른다는 말을 허투루 여기지 말아야 한다. 때가 아닌 고기는 맛도 없으니 잡혀도 놓아 주자. 자칫 용왕님 심기라도 거스르는 날에는 평생 어복이 바닥날지도 모르니 말이다. 
동네 낚시를 하다보면 좀 괜찮다는 자리는 어김없이 혼잡하다. 먼저 온 사람과 나중에 온 사람, 어쩌다 줄이 꼬인 사람들끼리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바다에 주인은 따로 없다지만 낚시꾼에게 포인트의 선점은 그날의 조과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에 주변에 누군가 있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먼저 온 사람에게 옆자리에 서도 되겠냐고 예의상 물어보는 것이 보통인데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을 마뜩잖게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상 어종에 따라 낚시하는 방법도 다르다 보니 밤에 불빛을 함부로 비추거나 옆에 누가 있든 말든 원투대(멀리 던지는 낚시)를 던지는 사람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끝날 때까지 신경이 쓰인다. 여럿이 갔어도 결국 혼자만의 전투가 낚시라지만 서로 배려하며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보편화된 레저 중에 살아있는 생명을 잡는 것은 낚시가 유일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낚시는 야성적인 면이 있다. 다만 그것이 야만적이지 않길 바란다. 낚시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한정하기 어려울 만큼 넓다보니 다른 종목에 비해 예절이나 규칙을 정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낚시만한 취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낚시에 대한 명언을 검색해보면 인생을 찾아보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낚시가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새삼 느낀다.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남편의 취미 1위가 낚시라는 오명을 벗어내고 품격 있는 취미가 되는 그날을 그려보며 다들 인생고기 한마리씩 걸어내는 한해가 되길 빈다. 

이진규 유네스코울산광역시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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