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밥상은 권력의 징표였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선 궁녀들이 광해군의 밥상 앞에 고개 숙이고 앉아 있다가 왕이 남긴 밥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있다. 양반은 상민과 함께 밥을 먹지 않았다. 식사 권력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선 전반적으로 밥의 불평등은 옅어지고 있다.
1882년 분노한 군인들이 일으킨 난이 임오군란(壬午軍亂)이다. 개화 바람이 불면서 구식군대는 신식군대 별기군과의 차별대우로 먹고살기가 힘들었다. 13개월째 월급도 못 받았다. 겨우 한 달분을 주면서 겨와 모래가 섞인 쌀을 줬다. 군란의 한 원인이었다.
1948년 여수·순천에서 일어난 육군 14연대의 여순반란사건은 당시 남한 분열을 노리던 남로당의 조직적 반란으로 아군끼리 총을 겨눈 동족상잔이었다. 이념대결 다음으로 군수내부의 부패로  장병들에게 식량과 옷도 제대로 조달 못했다는 원인도 있다. 
올해 우리 병사 한 사람의 하루 식사 비용이 8,700원, 한 끼 2,930원으로 고교생 수준도 안된다는 사실이 드러나 모두 놀랐다.
고등학생 한 끼 급식비(3,625원)의 80% 수준이다. 단가가 낮긴 하나 지금의 한 끼 급식비 3,000원이 멀건 된장 국물에 두부 몇 조각 들어간 ‘똥국’과 김치, 한 젓가락도 안되는 계란찜만 줘야 하는 수준은 아니다. 조리비와 임대료가 드는 것도 아니다. 
식재료는 싸게 공급받는다. 어딘가에서 급식비가 새거나 임무를 방기한 건데 형식적인 사과만 있을 뿐 책임지는 사람이 안 보인다. 병사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10~20g 더 주겠다, 저울을 비치해 정량 배식을 확인하겠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이번 부실 급식 사태를 보면 여전히 사병이라고 졸(卒)로만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군대 급식은 건강을 유지하고 사기를 진작해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게 하는 핵심요소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한 해 국방예산이 52조원에 달하는 나라의 병사들의 한 끼라고 얘기하기에는 부끄럽다. 물리적 개선은 물론 병사를 배려하는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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