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초 예타 통과하고도 ‘주민 수용성’에 발목
  발전사업허가 신청일정 늦춰져 첫 단추도 아직 못 꿰
  정부 ‘가이드라인’ 안나와…市 민관협의회 구성 못해
“이해관계자 수용 가능한 절차·보상체계 마련돼야”

울산 앞바다에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는 민관 사업자들이 ‘주민 수용성’ 확보에 발목이 잡힌 채 발전사업허가조차 제때 신청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발전사업허가를 득해야 환경영향평가 등 복잡다단한 인·허가 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데, 관 주도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의 ‘동해1 부유식해상풍력’ 프로젝트마저 그 첫 단추를 꿰지 못한 상태다.
관건은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과 어업인 등을 아우르는 ‘민관협의회’ 구성인데, 정부는 ‘2020년 11월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8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민관 사업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양수영 사장)는 2020년 9월 8일 현대중공업 등과 ‘동해1 한국형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체계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식’을 갖고, 본격적 해상풍력사업 추진을 위한 참여사간 협력체계 강화에 나섰다. 우성만 기자

28일 본지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석유공사가 2022년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가스전 플랫폼에 구축하기로 한 ‘동해1 부유식해상풍력발전사업’은 지난 5월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 사업은 석유공사가 한국동서발전,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에퀴노르와 함께 오는 2026년 전력생산을 목표로 울산 남동쪽 58Km 해상에 200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석유공사측는 여태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하지 못했다.

신청 자격은 이미 충분하다. ‘최소 1년간의 풍황 계측 데이터’를 확보하면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주민 수용성 확보 부분이 미진하다고 판단돼 발전사업허가 신청 일정이 늦어졌다.

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 노르웨이 국영석유사 에퀴노르사는 지난 2019년 7월 5일 한국석유공사 본사 대회의실에서 동해가스전 인근에 20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동해1 해상풍력발전사업 컨소시엄’ 서명식을 가졌다. 우성만 기자

앞서 석유공사는 2018년 10월, 풍황 계측기인 라이다(Lidar)를 설치해 ‘국내 최초’ 부유식해상풍력 사업자라는 타이틀을 꿰찼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에 참여한 민간 해외투자사들이 지난해에서야 라이다를 설치한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훨씬 빨랐다. 실제 해외 투자사들의 라이다 설치 시점은 △GIG-토탈 컨소시엄 4월 △에퀴노르(Equinor) 6월 △셸-코엔스핵시콘(Shell-CoensHexicon) 8월 △CIP-SKE&S 9월△KF윈드(KFWind) 10월이다.

GIG-토탈 컨소시엄은 2021년 7월 23일 전기위원회로부터 울산 앞바다 504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발전사업허가를 국내 최초로 득했다.

그런데 정작 발전사업허가는 영국계 풍력에너지 투자·개발사인 GIG-토탈 컨소시엄이 지난 23일 먼저 득하면서 부유식 해상풍력 ‘국내1호 발전사업자’로 데뷔했다. GIG-토탈 컨소시엄은 2019년 6월 라이다를 설치했다가 어민들이 반대하자 철거했고, 이후 상생협의를 거친 뒤 그 이듬해 4월 라이다를 재설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어민들은 5개 민간 투자사로부터 70억원의 상생기금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상업화에 성공한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 역시 지난 6월부로 1년치 풍향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주민수용성 문제 등으로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행법(전기사업법 제7조)에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허가시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재무능력과 기술능력과 함께 △사업 내용에 대한 사전고지를 통해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 판단해 승인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민과 함께 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0년 11월까지 공공주도 해상풍력 민관협의회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민간사업에도 적용을 권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민간협의회에는 지역 수협 등 실질적인 이해당사자가 참여해 신재생에너지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단 거였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감감무소식이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한국판 그린뉴딜사업으로 추진 중인 울산시도 민관협의회 구성을 준비 중에 있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공회전하고 있다.
일단 시는 △민간 △자문위원 △정부 및 지자체 △공기업 및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민간협의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민간’의 이해당사자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대목. 현재 울산에는 어민대책위와 반대대책위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특히 울산 어업인을 대표하는 울산수협이 “어업인을 배제하고 진행하는 ‘장미빛’ 해상풍력발전 추진을 중단하라”는 입장이어서 민관협의회 구성까지 난항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부유식 풍력단지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선 지역주민과 어업인, 관광업 종사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조언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기환 박사는 울산연구원이 개원 20주년 특집으로 마련한 여름호 계간지에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의 기회와 전망’ 기고문을 통해 “개발의 각 단계에서 지역 주민과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와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IP·COP 코리아 유태승 공동대표도 해당 계간지에서 “어민, 주민은 물론 국방부, 해수부, 산자부, 환경부 등 관계기관 이해당사자와의 협업과 공급체계 구축은 부유식 해상풍력의 매우 중요한 성공요소”라며 울산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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