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없이 전기 생산 ‘수소’ 효용가치 높아
 현대차, 2025년부터 친환경차 생산 올인키로  
‘탄소중립 선언’ 박수 보내며 脫탄소 실현 기대

 

우항수 울산TP 에너지기술지원단장·공학박사

예전에 물의 변화는 무죄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물은 수소 두 원자가 산소 한 원자와 결합된 이원자 분자이다. 물의 분자가 변하는 것은 더 이상 물이 아니기에 동일한 분자가 변하는 것은 상변화(狀變化)뿐이다. 즉 물은 고체인 얼음과 액체인 물, 기체인 수증기로 이름은 다르지만 동일한 분자구조를 갖고 있다. 상태가 다르기에 에너지에 따라 상변화를 하더라도 똑같은 성분이기에 변화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변화는 물의 상변화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차 에너지원으로 인류의 시작과 함께한 나무, 최초의 산업혁명을 일으킨 석탄, 철기시대를 마감하고 고분자시대를 등장하게 한 석유, 그리고 지금 주 에너지원중 하나인 천연가스까지의 변화를 볼 때는 분자 구조와 성분까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에너지원의 변천을 보면 쉽게 구하고 적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는 나무만큼 편한 것이 없다. 아직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변화하면서 성분이 바뀌고 고체에서 액체를 거처 기체까지 상변화를 해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는 얻을 수도 없지만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에너지의 변화는 기술의 변화와 같이 바뀌어 왔다. 오히려 양질의 대량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적절한 기술이 개발돼 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천연가스까지의 에너지원은 모두 화석연료와 비슷한 탄소와 수소의 탄화수소화합물로 이루어졌다. 탄소가 포함된 물질은 공기중의 산소와 연소반응해 열과 물과 이산화탄소를 생성시킨다. 천연가스는 대량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배관을 통해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으며, 탄소와 수소의 결합비율이 나무의 경우 약 1:1이라면 천연가스는 1:4로 수소의 양이 점점 늘어나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천연가스까지 에너지원의 변화가 있었지만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서 급기야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생태계 변화까지 이르게 됐다. 

탄소 배출량으로 볼 때 에너지 변화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하고 더 편리하게 사용하게 돼 지구의 온실효과를 더 가중시키게 됐다. 이런 면에서 여기까지 에너지 변화는 유죄라 할 수 있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고 자연재해와 예측하지 못할 일들이 생기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에너지 변환의 주자가 달려오고 있다. 숨가쁘게 탄소를 배출하고 에너지원으로 많은 소모를 한 화석연료는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다음 주자는 당연히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인 수소이다. 

수소는 산소와 연소해 에너지를 생성할 수도 있지만 수소와 산소가 백금과 같은 귀금속 표면에서 촉매반응을 하면 열뿐만 아니라 전기도 생성하고 초순수의 물까지 만들어낸다. 흔히 화학반응에서 주생산품을 제외한 물질은 효용 가치가 적어 부산물이라 한다. 부생수소도 주생산품을 생산하다보니 필연적으로 만들어진다. 별 가치가 없어서 예전에는 부산물로 분류해 부생수소라 했는데 이제 그 가치가 높아져서 지금은 주생산품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수소에너지는 부산물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열과 전기와 물까지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이 귀한 곳에서는 오히려 물을 만들기 위해 수소와 산소의 반응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가령 수소 1킬로그램이 반응하면 물이 9킬로그램이나 생성되니 생산품의 가치가 어디에 두는냐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 

수소에너지의 변화는 이런 점에서 완전무죄이다. 지구의 온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에너지변환은 더 빨리해야 하고 오히려 수소가 바통을 받기 위해 마지막 탄화수소 화합물인 화석연료에게 뛰어나가 바통을 받아 뛰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더 빨리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일 현대자동차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필자는 감히 ‘제네시스 선언’이라 말하고 싶다. 단어 그대로 탄소중립을 넘어선 ‘창조 선언’이다. 모두의 생각보다 빨리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2025년부터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만 생산한다니 향후 산업에 미칠 충격이 쓰나미처럼 와서 개벽을 할 수 있는 first mover의 결단이다. 사회가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탈탄소의 에너지변환은 무죄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은 외롭고 험난하지만 개척자와 선구자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끌어가기 마련이다. 제네시스 선언에 박수를 보내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기대해 본다. 

(우항수 울산TP 에너지기술지원단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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