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운영위원

울산경찰, 일반승용차 외관 ‘암행순찰차’…과잉단속
당위성 설명해야…일방적인 법집행 국민 반발 더해
국가정책, 국민들의 지지·협조·이해로 완성되는 것

절대왕권 시대인 조선에서 왕권유지와 지방수령들의 행정사무를 감시하기 위해 어사를 파견하곤 했다. 
어사는 조정의 당하관 중에서 임시직으로 특명해 일반어사는 이조에서 임명하고 공개적인 것에 비해 암행어사는 왕이 친히 임명할 뿐만 아니라 그 임명과 행동을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백성의 아픈 곳을 살핀다는 훌륭한 명분에도 절대왕권의 유지와 정적의 제거에 악용됐음은 우리가 지난 역사에서 본 바와 같다. 
조선의 500년 역사는 후대에 와서 긍정적이고 밝은 면 보다는 끊임없는 당쟁으로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사는 처절하고 음습한 시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것은 곧 역동적이고 밝은 백성의 기운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고 자해적 분열의 길로 들어서 마침내 나라가 망하는 결과로 귀결되고 말았다. 정치, 경제 그리고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모든 영역에서 상대에 대한 암행, 암략, 암투 등 부정적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에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거부감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 15일부터 일반도로에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암행 순찰차를 도입, 운영한다고 밝혔다. 암행순찰차는 일반 승용차 외관의 차량에 교통경관이 탑승해 법규위반 차량을 단속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울산경찰청은 지난 2016년 9월부터 1년간 고속도로에서 암행 순찰차를 운영한 결과 교통사고 18.9%, 사망 10.9% 감소했다는 자료와 교통사고의 72%가 일반도로에서 발생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아울러 전국 모든 시, 도 경찰청에서 확대 도입할 예정이며 울산은 7월 15일부터 8월 1일까지 울주군 지역에서 시범운영 한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에 대해 불법의 의지와 고의성이 없는 일반 시민으로서 다음의 이유로 암행단속 시행에 반대한다. 
첫째 경찰의 주장처럼 고속도로 암행단속은 상대적으로 많은 교통량에 비해 단속자원의 부족 등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일반 도로에서 암행단속은 경찰인력과 자원의 부족을 이해한다 해도 과잉단속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투입된 각종 감시 장비와 순찰차량, 그리고 인력으로 단속의 한계에 봉착했는지, 그리고 자신을 감추는 암행단속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경찰은 울산시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고속도로의 사고발생 감소에 대해 그것이 암행단속의 결과로 보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둘째 자신을 감추고 하는 암행단속은 일반 국민을 존중과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단속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의 시각이다. 
경찰청은 시범운영기간, 계도와 경고 및 홍보형 단속을 실시한다며 기타 중대 교통위반 사항은 실제 단속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일부 운전자들이 무인 단속 장비나 순찰차가 없는 곳에서 교통법규를 위반, 다른 운전자들이나 보행자들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단속할 필요가 있으며, 법규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자발적인 안전운전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권력의 상징인 제복과 상징을 놓아두고 왜 자신을 감추는가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셋째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한다면 무엇보다 시민의 이해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법이 집행되고 있다는 공감대의 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도 끊임없이 발전해 온 경찰의 노력을 인정한다 해도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법집행은 국민의 반발을 더할 뿐이다. 
울산 경찰청의 암행단속 방침에 대해 단순히 불만이 있거나 용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가의 공권력은 법에 기초해 공평하고 정정당당해야 하는 것이며, 그 집행을 맡은 기관이나 관계자들 또한 그래야 한다. 
당당하게 제복을 입고 정해진 방법과 절차에 따라 불법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며, 암행이 아니라 시민을 향해 밝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계도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교통안전을 위한 국가 정책은 결국 국민의 지지와 협조, 그리고 이해와 참여로 완성된다. 단속은 그다음 아닌가! 

조경환 울산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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