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코스피 상장 첫날 단숨에 조선업 대장주로 등극하면서 공모가의 두 배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다만 이날 변동성 완화 장치(VI)가 6번 발동하는 등 주가가 출렁거렸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 이후 상한가)에는 실패했다.

2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 첫 날 현대중공업은 시초가 대비 500원(0.45%) 오른 11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6만원)보다 85% 높은 11만1,000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 대비로 종가는 85.8% 상승한 수준이다.

이는 증권업계가 전망한 목표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중공업 목표가를 11만원, 신한금융투자는 9만원으로 각각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새로운 조선 대장주에 올라섰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9조8,982억원으로 코스피(우선주 제외) 상위 42위를 기록해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7조4,666억원· 51위)을 뛰어넘었다. 코스피200 지수의 특례편입을 위해서는 상장 후 15일 평균 시가총액 순위가 50위 내를 유지해야 하는데, 현재 수준의 주가만 유지한다면 특례편입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중공업은 상장 첫날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장 초반 강세였던 주가는 18.02% 급락하며 장중 한때 9만1,000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곧장 상승 전환해 13만5,000원까지 단숨에 올랐다. 짧은 시간 내에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이날에만 2번의 동적 VI, 4번의 정적 VI가 발동했다.

VI는 주가 변동이 큰 종목에 대해 투자자에게 경고해주는 의미의 가격안정화 장치다. 2분~10분 동안 단일가 매매로 단기간의 냉각기간을 부여해 투자자 주의를 환기시킨다. 체결가를 기준으로 2~3% 이상을 벗어나면 동적 VI, 10% 이상 변동시 정적 VI가 발동된다.

주가 상승은 개인과 기관이 이끌었고 상승폭을 제한한 것은 외국인의 매도세였다. 외국인은 현대중공업을 1,865억원어치 내다팔았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422억원, 1,475억원을 순매수했다.

당초 예상대로 의무보유확약이 걸리지 않은 해외 기관투자자의 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수요예측 당시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 중 의무보유확약 물량은 전체의 약 1.2%(4만1,500주)에 불과했고, 나머지 98.8%인 344만9,800주가 미확약 물량이었다. 이는 상장 당일 유동 가능 주식 수의 약 40%에 달했다.

하루 거래대금은 약 1조9,427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1위였다.

장 초반 거래가 몰리면서 하나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는 접속이 다소 느려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6.45%)와 최대주주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10.97%)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 대비 높지 않은 주가 수준과 LNG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글로벌 1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동시에 조선 호황이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컨테이너선 운임 급등이 발주로 확산되고 있고 조선업계 전반적인 수주 개선과 선가 상승에 신조선가지수는 2010년 이후 최고치를 회복했다"며 "향후 노후선 교체 수요를 긍정적으로 볼 경우 현대중공업은 현 생산능력의 1.5배 가량 추가 수주도 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이번 기업공개를 계기로 회사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와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친환경 선박 시장 선도라는 비전을 달성하고 회사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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