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방치땐 간암 될 가능성 많아 
빠른 시일 내 국가검진항목에 포함돼
지역감염 확산·중대질환 부담 덜게해야   

 

정준호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여전히 두려운 질병은 암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 1, 2위가 그렇듯 울산도 예외 없이 폐암,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 사망 원인 중 암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서 90.8명으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 중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로 B형간염과 C형간염이 원인으로 꼽힌다. 간암 원인 비중이 높은 것은 B형간염이지만, 이는 백신이 있고 국가검진을 통해 조기 검진과 치료도 되는 것을 고려하면, C형간염의 위험도에 더욱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C형간염은 백신이 없어 적극적인 예방법이 없는 데다 동시에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커 주목할 필요가 있다. 

C형간염이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실제 간암이나 간경변증으로 진단받고 나서야 C형간염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국내에 약 30만 명의 C형간염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4만5,000명에서 7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이는 C형간염의 무증상 특징과 관계가 있다. 

혈액을 매개로 한 법정 제3군 감염병인 C형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화되는 감염병이다. 감염 후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이 아닌 시간이 지나면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는 병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예방 백신이 없고 감염자 대부분 무증상이라 감염자 본인도 모르는 체 지역사회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C형간염 감염의 약 40%는 전파경로가 불분명한 상태다. C형간염은 손톱깎이, 면도기, 무허가 시술, 침술 등 혈액이 닿을 수 있는 도구 사용 등을 통해 일상 속 감염 위험성이 높음에도 증상이 없어 감염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려워 실제 추정 환자의 약 10~20%만 치료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예방백신도 없고, 생활 전파 위험도 크지만, 관리 가능한 방법이 있다. 진단과 치료다. C형간염의 감염 여부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정확히 진단 가능하다. 항체검사도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치료 또한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완치 가능하다. 치료를 통해 완치되면 전파 예방도 가능하다. 또 C형간염 단계에서 치료하면, 간암 발생위험을 70%나 감소시킬 수 있다. 과거 C형간염을 경험한 환자들은 오랜 치료 기간과 낮은 완치율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의 치료는 매우 발전했다. 현재는 모든 C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형(1형~6형)과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들도 하루 1번 먹는 약을 복용하면 8주 치료하면 완치 가능하다. 과거 치료 실패를 경험한 환자들도 다시 치료를 받으면 기존과는 다른 쉽고 간단한 먹는 약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간염을 전 세계에서 퇴치하자는 목표를 세워 C형간염 검사 대상 기준을 제정하고 신속한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나 일본, 대만, 독일 등 여러 국가들도 C형간염을 퇴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무료로 검사하고 치료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적인 퇴치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우리나라와 울산지역 자체적으로는 아직도 C형간염 퇴치를 위한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는 아직 C형간염 검진이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감염 여부조차 알 수 없는 대다수의 환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개인이 C형간염을 알고 미리 검사하는 경우는 드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많은 간질환 관련 전문가들이 국가검진에 C형간염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타당성도 이미 검토됐다. 지난해 울산을 포함한 전국을 대상으로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을 위한 시험사업을 펼쳐, C형감염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40~65세 대상으로 검사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고 입증한 바 있다. 또 전 인구를 대상으로, 또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울산시민들의 간질환을 돌보는 전문의로서 아직도 많은 C형간염 환자들이 본인도 모르게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돼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안타깝다. 질병청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의미 있는 결과도 얻은 만큼 이를 계기로 C형간염이 국가검진에 포함돼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은 물론 향후 간암 등 중대질환으로 인한 부담과 걱정을 줄이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정준호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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