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득 일산새마을금고전무·MG금융경제연구소객원연구원

시중은행 대출 일시중단·축소…전세입자 주거부담 커져
대출한도 관리와 별도로 실수요자 위한 보완 반드시 필요
취약부문 부실화 방지 위한 조치가 오히려 리스크 요인돼

 

얼마 전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일시 중단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대환(갈아타기 대출) 신청을 일시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보고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터 잡고 있다. 즉, 내년까지 가계부채증가율을 코로나 이전 수준(4%대)으로 복원하고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반영해 5~6% 내외로 관리하겠다는 가이드라인에 기반했다. 
유동성 쏠림으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과 금융의 불균형을 완화해 자산의 건전성을 고려하고, 가계부채 누증을 제약해 향후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에 대비하고자 했음이다. 소위 ‘시장의 실패’에 선제적으로 대응코자 함이고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은행의 전세대출 등 가계대출 한도소진 혹은 축소에 매매, 전세거래나 갱신을 하려던 실수요자들에게는 당장 발등의 불이다.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은행의 대출한도 관리는 곧 대출 중단 및 승인 거절로 귀결되고 있다. 차주 중심의 상환능력 심사(DSR)는 필요하고 바르지만 은행의 대출총량 관리 앞에서 무용하다. 담보인정비율(LTV)이 은행의 입장에서 담보 확보를 위한 규제인 것과는 달리 차주입장에서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한 관리지표가 총부채상환비율(DSR)이다. 총량관리라는 덩어리 규제 혹은 가이드라인은 차주의 개별적인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대출신청을 받지 않거나 승인거절이다. 
임대차 3법 이후 전세 매물이 없다. 전세 매물이 없으니 보증부 월세 혹은 월세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곧 가을 이사철이다. 때맞춰 가계대출 일시 중단이다. 가계대출 축소 및 중단이 전세의 월세전환을 가속할 공산이 크다. 또 안정적인 월세 소득을 기반으로 매매가는 지켜지고 나아가 매매수요를 유발할 수도 있다. 결국, 대출한도관리와 별도로 전세 등 실수요자 시장 안정을 위한 대출의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고 결국, 당국은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총량관리는 계속 유효해서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작동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국토부가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거의 안정지표인 자가점유율은 2019년 대비 별 변동이 없었으나(58.0%→57.9%), 자가보유율은 오히려 감소(61.2%→60.6%)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주거의 안정성이 더 나빠졌으며 전월세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즉, 다주택자가 집을 더 늘릴 수 없는 여건임을 인정한다면, 주택공급량은 가구 분화(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특히, 청년가구(만19세에서 만34세 이하 가구)나 신혼부부 등 사회 초년생이 걱정이다. 가구 분화의 주요 계층이다. 매매든 전세든 대출이 가장 절실하다. 정책적 지원을 도모하는 주거사다리 금융지원이라 할 수 있는 사회 초년생을 위한 LTV, DSR 완화 등이 대출총량규제에는 별 대책이 못 된다. 
오히려 대출총량규제는 금리를 더 인상시킬 것이며, 자금과 시간의 불일치는 이사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더욱이 울산의 경우는 아파트 매매가가 오르는데 매매가 대비 전세가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8월 대비 올 8월 울산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중위가격은 70.8%→74.1%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서울과 대전이 매매가와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동시에 올랐으나 지금은 울산이 거의 유일하다.(특히 동구, 북구) 매매가가 오르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는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울산은 정반대 방향이다. 
울산의 전세입자 입장이 난감하다. 전세입자의 실 주거부담이 커진 것이다. 전세입자 등 실수요자에게 대출지원이 적시에 일어나지 않으면 전세의 월세전환이 가속돼 서민가계의 주거안정은 오히려 악화된다. 
우리나라 임대료(월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전세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의 금융지원이 끊어지면 월세화가 진행되고, 월세화의 진행이 빨라질수록 더 이상 싼 월세는 없어질 수도 있다. 
결국, 가계부채관리가 월세전환을 가속하고 이 월세가 매매가를 견인하는 전혀 엉뚱한 효과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취약부문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취약계층 리스크의 요인이 될 수 있겠다. 
한번 엉킨 실타래는 당기지 않는 것이다. 실로 밀 수는 없으니 잘 당겨 보고 싶은 심정이야 이해가 되나, 당길수록 더 단단히 꼬인다. 일단 당기면 밀 수 없다. 설령 바른 방향으로 당겼다 할지라도 엉킨 상태에서는 바른 방향이 없다. 놓아주면 느슨해진다. 느슨해진 다음에야 풀린다.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를 포기했을 때 시장에 전세물량이 나오는 걸 목격했음이다. 당근을 줘야 더 쉽게 풀리겠으나 당근 줄 입장이 아니라면 규제로 싸우지 말고 놓아야 할 것이다. 
시장이 불완전하다는 데 동의한다. 시장실패가 있을 수 있음에 합의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더 불완전할 수 있다. 사회가 다원화 될수록 정부실패의 가능성은 비례적으로 높아진다. 

김중득 일산새마을금고전무·MG금융경제연구소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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