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멀지 않아 기쁨의 날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 버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A.S. 푸시킨). 만인의 애송시다.
“당신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을 1위로 꼽았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두차례에 걸쳐 세계 17개국 성인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한국인은 ‘물질적 행복’을 삶의 1순위(19%)로 꼽고 이어 건강(17%), 가족(16%), 일반적 만족감(12%), 사회·자유 (각각 5%) 순이었다. 대부분 국가에서도 ‘물질적 행복’은 5위 이내였지만 1위는 한국이 유일했다. 17국 중 절대다수인 14국에서 ‘가족’이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춰야 행복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충분함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시인 장석주는 자신의 글에서 사과를 두개 가진 사람과 한개 가진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하겠냐고 묻는다. 그는 한개가 되었든 두개가 되었든 깨물어 맛있게 먹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시인의 말처럼 행복은 조건이기보다 향유의 문제다. 
요즘 유행하는 행복은 쾌락주의 행복론과 물질주의 행복론의 결합이다. 심리적으로 쾌감을 느끼면 그게 곧 행복이라는 게 쾌락주의고, 쾌락을 위해선 소비를 통해 물질을 얻어야 한다는 게 물질주의다. 행복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상품이 되면서, 행복을 파는 장사꾼이 생겼다. 행복산업은 상품을 소비하면 곧바로 ‘소확행’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돈으로 한순간 쾌락을 즐기는 것을 ‘욜로’라는 말로 멋지게 포장한다. 쾌감에 중독되면 자꾸 허기를 느끼기 때문에 행복이 영원할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친다. 
한국인은 그동안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달려왔다. 끊임없는 물질 추구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국민이 됐다. 이제 물질은 조금 내려놓고 ‘진짜 행복’을 추구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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