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복 시인  
 

그의 가방 속에는 죽은 새들이 쌓여 있었다
날개가 뜯긴 새들은 착지하는 방법을 몰랐다
땅, 혹은 나무 위에 안착하지 못한 굶주림이,
흰 봉투 속에서 나오지 못한 안부가 새들을 죽였다

깃털처럼 가벼운 안부는 때로 한 사람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가 가방 속 죽은 새들을 하늘로 던지자
물감 자국처럼 허공에 찍히는 새들의 발자국
깃털들이 흰 봉투가 되어 흐느적거리며 땅 위에 안착한다
이따금 팔레트 위에 짜 놓은 유화물감처럼
굳어 버린 얼굴은 기름 냄새를 풍기며 웃었다 (하략)

201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리에종>
현대시동인 ‘수요시포럼’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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