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예 자치행정부  
 

초등학생 때 경광등 달린 자율방범대 차량을 타고 귀가한 기억이 있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아버지였다. 키가 크고 태권도에 능했던 아버지는 당시 자율방범대원이었다. 기자가 아주 어릴 때였으니 아버지도 그때는 동네 궂은일에 나서고 싶던 청년이었을 것이다. 같은 아파트 주민이 추운 날씨에 버스 놓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면, 얼른 차에 태워 함께 갔다. 지금보다 흉악하지 않은 사회여서 가능한 일이였기도 하다. 아버지는 해가 지면 집을 나섰다. 인적 드문 놀이터, 어두운 골목 등 동네 곳곳 범죄 취약지를 순찰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와 함께 다니던 자율방범대 아저씨들은 늘 친절하고 용감해보였다. 자율방범대란 그런 것이었다.

70년간 이 같은 역할을 해온 자율방범대가 법적 근거 갖춘 조직으로 거듭날 전망이라고 한다. 관련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남겨둔 상태다. 법적인 지위가 부여되면 자율방범대원은 자체 복장을 착용하고, 신분증을 의무적으로 소지하는 등 경찰과 더 협업할 예정이다. 미비했던 여러 지원 내용도 보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자율봉사조직’이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십 년간 쌓은 네트워크가 정치조직화로 전락, 선거운동 도구 등으로 쓰여서는 안 될 일이다.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개인 선거 운동 관련 규정 논의가 시급한 이유기도 하다. 울산에서는 5개 구·군 70여개 방범대가 운영되고 있다. 회원수는 2,5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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