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 창출, 예전과 달리 쉽지 않지만
 사전에 계획·실행한다면 분명히 만들어질 것
 새해 새 희망 얘기하듯 올해는 일자리 넘쳐나길 

 

이은규 박사·울산연구원 연구행정지원실장

우리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법에서 말하는 ‘직업’은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 소득활동을 의미한다. 직업의 내용이나 성질을 묻지 않는다.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직업의 성격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중세시대에는 엄격한 신분제도와 직업 세습이 특징이었으며, 점차 도시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직업)을 통해 시민계급이 형성됐다. 또한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시민혁명을 통해 근대사회를 건설했다. 이렇듯 직업은 개인의 생계수단에서 사회혁신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서 직업은 경제적 안정은 물론 자아실현과 사회활동 참여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직업의 의미가 개인과 사회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에는 ‘일자리가 복지’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일자리 창출이 국가의 책무로 변화되는 양상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국민에게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노동수요(일자리)는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파생수요로 본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소비)가 증가하면 생산을 증가시키기 위한 노동수요, 즉 일자리가 증가한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가 늘고 일자리가 증가하는 원리이다. 한편 경제가 성장해도 노동생산성이 증가하거나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면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그 사례이다. 

일자리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다만 세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증세와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단점이 있다. 반면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기업이 주도하는 일자리로,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패권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격한 대립도 본질적으로는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자리 문제이다. 

한때 복지 천국으로 불렸던 북유럽국가들 또한 ‘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인식 하에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2004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했다. 아울러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법인세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세금문제로 해외로 이전하려는 기업을 붙잡기 위한 자구책이다.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노동조합마저도 친기업 정책에 동의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매우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덴마크 자산운용사 코먼크레디트는 ‘노르딕 모델’ 보고서에서 관련 자료를 제시했다. 전체 노동자 중 해고와 신규 고용을 통해 교체된 노동자 비율이 스웨덴 14.8%, 덴마크 14.0%, 핀란드 9.1%로 나타났다. EU평균 4.3%보다 월등이 높은 수치이다. 

울산시는 지난 5일 ‘시민이 꿈꾸는 행복도시 울산’을 비전으로 ‘울산 2040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미래신산업도시’, ‘창의문화도시’ 등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5개 목표도시가 제시됐다. 기존 주력산업을 스마트 환경으로 대전환하고, 탄소중립·게놈바이오산업 등 첨단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수소와 부유식 해상풍력산업 등을 집중 육성해 그린에너지 신산업에서도 양질의 미래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일자리는 저출산 고령화시대 대응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일 것이다. 그것도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모든 시민에게 공정하게 일자리가 제공돼야하며, 이를 통해 경제적 안정, 자아실현과 사회적 참여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지 않고 태어나 자란 곳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자리정책은 다른 말로 지역의 인구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여건이 예전과 달리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꿈꾸고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우리가 늘 새해를 맞을 때면 새로운 희망을 얘기하듯 올해 임인년에는 울산에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기를 기원해 본다. 

(이은규 박사·울산연구원 연구행정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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