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울주군수

온산공단 입주 대기업, 정작 본사는 서울에 있어
2019년 울산서 생산 소득 중 12조원 역외 유출
지역 기반 성장 이룬 기업, 지역과 함께 상생해야

 

도시 경쟁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입지와 입주한 기업, 기관, 교통 여건 등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중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정적인 고용과 한 단계 높은 복지가 보장되는 소위 '좋은 일자리'는 사람이 모이는 강력한 무기이자, 자족도시가 되는 가장 기본사항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자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대기업을 비롯한 자본력이 큰 기업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있다. 실제 지난 4년 동안 울산 지역 청년 5만명이 타지로 떠났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가 블랙홀로 빠지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자 지난 6일 ‘온산국가산단 대기업 본사 이전 범군민추진위원회’가 발대식을 열고 군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선 것인데, 그만큼 절박함이 담겨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온산산단에는 328개사가 입주해있고 1만4,726명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온산공단에는 이름만 들어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울산에는 생산기지만 있고 정작 본사는 서울에 있다. 알맹이가 울산에 없다는 말이다. 지난 2019년 울산에서 생산된 소득 중 12조원이 역외로 유출됐다. 대기업들은 울산에서 생산활동만 한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성금 전달과 지역농산물 구입 등 일회성 이벤트 중심으로 지원을 했다. 그러는 동안 공단 주변은 악취를 비롯한 환경오염이 수식어처럼 붙었고, 공단 주변은 주거지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기업과 지역이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뤄낸 기업은 ‘지역과 함께 상생한다’는 인식이 공식처럼 퍼지길 바란다. 갈 길이 멀지만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다. 희망적인 시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서명운동이 ‘정치적’이라고 폄훼하고 있다.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지역 생존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군민들의 뜻과 의지를 굳이 정치적이라고 이야기해야만 하는지 되묻고 싶다. 
아니, 정치적이라고 말해도 좋다. 정치적이든 아니든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이 길이라면 군민들과 함께 묵묵히 걸어가야 할 것이다. 지역 생존 위기 앞에서는 정치적 이해를 개입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따로 없이 지역 살리기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충남 서산시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 증가의 일등 공신은 대산공단과 테크노밸리 등 젊은이들로 인한 경제적 성장동력도 있지만, 정주 여건 마련과 지속적인 외부 투자의 삼박자가 맞춰진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민간과 기업, 행정이 함께 힘을 모을 때 지역의 소멸도 벗어나고, 성장이 가능하다.
아무쪼록, 이번 온산국가산단 대기업 본사 이전 범군민추진위원회가 지방 소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대기업과 상생 발전하는 선순환적인 사례가 되는 소중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이선호 울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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