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향한 사회 분위기 각박해져…전문가들 "세대 간 이해 필요"

'어린이의 세상'[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아이 엄마 입장에서 보면 요즘 주변에서 너무 눈치를 줘서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공연이 없죠."

서울에서 네 살 아들을 키우는 주부 송모(47) 씨는 4일 연합뉴스에 "결혼을 늦게 해서 노키즈존이나 극장에서 아이나 부모에게 눈치 주는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표현이 너무 극심해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공연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친구 중에는 아이의 관람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모르는 사람이 아이 사진과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는 피해를 본 경우도 꽤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지만, 영화관·공연장 등 문화공간에서 사회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용 영화 상영관에서까지 아이들의 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고 부모들은 말한다.

송씨는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적절히 교육하고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이 공연장에 오는 아이들을 무작정 싫어하는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 윤현수 씨도 "아이들에게 엄격한 관람 기준을 요구하는 분위기 때문에 딸아이를 (영화관 등에) 데려가기가 신경 쓰인다"며 "아동용 영화면 노래 정도는 따라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아이들에게 무리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산만한 태도로 공연·영화 등을 관람하는 아이들을 두고 시끄러운 관객이 관람을 방해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인 '관크'(관객 크리티컬)라고 부르며 비난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남에서 아들을 키우는 주부 이민영(41) 씨는 "아이가 활동적이다 보니 남에게 피해가 될 수 있겠다 싶어 공연장 같은 곳은 갈 시도조차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젊은 세대도 공연을 조용히 즐길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입장도 이해한다"며 "엄마들끼리도 만나서 아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않는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로 권리를 존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들이 세대 간 이해와 소통으로 어린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동을 향한 적대적 담론은 주로 2030의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세대는 누군가 자신의 문화적 욕구를 방해하는 데 민감하다. 반면 아이를 키우는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높은 문화적 소양을 잘 못 헤아린다"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회가 예전보다 물질적으론 풍족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각박해지면서 약자인 아동에게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되겠지만, 성인에게 요구되는 똑같은 기준을 아이에게 요구하거나 페널티를 주려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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