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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통신] 우리들의 일그러진 대선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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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영 편집이사
  • 승인 2022.05.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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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김진영 편집이사


IPEF 가입 두고 미중간 선택 강요
현안 산적 불구 정치판은 이전투구

민심 떠난 정치현실 조롱거리 될판


선택의 시간이다. 대선이 끝나면서부터 곧바로 찾아온 미중 외교무대의 중심에 윤석열 정부가 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둘러 일정을 조정한 이유는 경제안보가 첫째였다. 이른바 인도태평양의 새로운 경제·교역 모델인 프레임워크(IPEF)에 한국과 함께 하자는 스킨십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IPEF 공식 출범에 핵심 우방인 한국과 일본을 좌우로 앉히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중국이 발끈했다. 왕이는 한국을 향해 “IPEF에 반대해야 한다”고 목젖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미중 외교 전략인 ‘모호성’에서 탈피한다는 윤석열 정부가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정치는 시정잡배 수준이다. 대통령의 출근 시간 불규칙을 두고 지각 운운하는 이들부터 주말 일상을 쇼네 뭐니 하며 SNS를 퍼 나르는 이들까지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새 대통령 평가절하에 목숨을 걸었다.

이런 일도 있다.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다선 의원들의 선명성 경쟁은 마치 구소련의 코민테른 활동을 보는 듯하다. 레닌이 발기한 코민테른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본주의 제도를 전복,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통해 완전한 공산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진 선명성 운동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국회의장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일성을 들어보자.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국회”라고 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성과를 주도하는 국회의장이 되겠다”고도 했다. 심지어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를 대정부 투쟁의 전진기지화 하겠다는 선언이다. 국회의장이 국회법상 당적을 버리고 중립적으로 의사 일정을 관리한다는 기본까지 뭉갠 혁명적 발언이다.
우리 정치는 저렴함의 비유어로 회자되지만 요즘처럼 저렴함의 극한으로 달리는 시기도 없다는 생각이다. 취임 일주일도 안 된 대통령을 두고 여전히 청와대 개방의 분풀이로 삿대질을 멈추지 않는 것은 물론, 첫 조각을 두고 침을 뱉다가 이제는 다수결의 힘으로 제압하겠다는 엄포도 마다하지 않는 게 오늘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불과 몇 달 전 대선 후보로 체급을 올린 인사들이 경선과 본선에서 패배하자 초특급 감량으로 체급을 낮추는 일도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게 우리 정치다. 어떤 이는 대구시장을 하겠다고 깃발을 흔들고 어떤 이는 알고보니 경기지사가 내 옷이었다며 뒤통수를 긁적인다. 이 정도야 본래 깜냥이 그렇다 치더라도 안철수와 이재명의 상황은 웃픈 현실이 됐다. 대장동의 여진이 남아 있는 곳이니 명분이 충분하다며 이재명 나와라고 외치는 안철수는 우스꽝스럽다. 그래도 자신이 맨 처음 안랩의 터를 닦은 곳이니 출마의 명분이라도 찾을 요량이지만 이재명은 아무리 뒤져도 그런 따위의 명분조차 없다. 차라리 “0.78%가 억울하고 분해서 그냥 있을 수 없다” “불체포특권으로 방탄조끼를 입겠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면 동정표라도 얻겠지만 떠나간 대통령을 지키고 검찰독재를 막겠다는 출마의 변은 좀스러워 보인다.
어쩌다 이 나라 정치판이 동네 개 싸움판이 됐는지 씁쓸하지만 국민의 수준이 바로 정치의 수준 아닌가. 삼성이 한창 덩치를 키울 때 고인이 된 이건희 회장은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다.”라고 일갈했다.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3류도 아닌 4류라고 침을 뱉자 당시 대통령 YS가 대로했다는 뒷담화도 흘러나왔다. 꼴찌라는 바닥보다 더한 땅구덩이를 파고드는 수준이라는 한국 정치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딱하지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뚝심 하나로 청와대 이전을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은 장관 임명도 마이웨이다. 34번의 야당패싱을 목도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제는 국회 동의 없는 장관 임명은 뉴스도 안 되는 세상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랫도리가 불끈거리는 비서관이나 화대 운운하는 비서관까지 사라지기를 기대했던 논란의 인사는 새 정부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다행히 반지성의 대표주자 같은 화대 논란의 김성회는 자진해서 사퇴했지만 오래된 흠결은 그냥 덮고 가도 된다는 뭉개기 인사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자 야당은 한층 더 거칠어졌다. 대변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주먹을 쥔다. “문제 인사들에 대한 임명 철회 등 협치를 위한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총리 인준을 부결하겠다”고 결기를 보인 야당의 다음 행보는 눈에 보인다. 한동훈 장관 임명이 야당에 대한 대통령의 답으로 확인된 이상 한덕수 총리의 인준 부결이 명분을 얻었다는 입장이다.
그런 흐름에 화답하듯 한동훈 장관의 일성은 매섭다.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 진짜 형사사법시스템 개혁은 사회적 강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를 하는 것”이라는 일성과 함께 입을 굳게 다물었다. 즉석에서 1호 업무 지시도 내렸다. 추미애가 폐지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이다. ‘여의도 저승사자’를 부활시켜 죽은 라임의 열매를 따 먹은 자들을 다시 추려내겠다는 선전포고다. 추미애가 없앤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은 증권범죄에 대한 전문적 수사를 담당한 곳이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청와대 관계자의 연루 의혹이 불거진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의혹 사건이 터지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추미애는 수사단의 문을 걸어 잠갔다. 조롱과 삿대질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우리 정치는 이제 5류로 전락했다. 당장 거침없는 휘발유 값 오름세와 달걀 한판에 만원 시대를 맞아야 하는 국민들은 여의도 언어들이 지겨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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