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사상자를 낸 에쓰오일 울산공장 대형 폭발·화재 사고 당시 ‘가스가 새는 소리가 들린 뒤 10여초 가량 뒤 폭발이 발생했다’는 정황이 알려졌다. 다만 에쓰오일 측은 작성에 오류가 있는 보고서 내용이 유출된 것으로, 정확한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3일 에쓰오일 측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노동부에 제출하기 위해 ‘알킬레이션(부탄을 이용해 휘발유 옥탄값을 높이는 첨가제인 알킬레이트를 추출하는 공정) 화재·폭발 사고 현황’이라는 자료를 작성했다.
외부로 알려진 자료는 폭발·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의 진화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일 오전 5시 20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최초 폭발 이후 8시간 30분가량이 지난 시점이다.
당시 사고는 알킬레이션 공정의 부탄 압축 밸브 오작동(고착)으로 긴급 보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폭발 당시 정황에 대해서는 별 달리 알려진 내용이 없었는데, 해당 자료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릴 수 있을 만한 내용이 일부 담겼다.

자료 내용에 따르면 회사는 당시 알킬레이션 공정은 열교환기 보수 작업을 완료한 뒤 가동을 준비하는 단계였다.
그 과정에서 공정과 관련한 밸브의 고착이 확인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비 작업이 이뤄졌다. 작업 현장은 높이 약 30m에 달하는 공정 설비 5층이었다.
에쓰오일 직원 7명, 협력업체 직원 10명, 크레인 기사 1명 등 모두 18명이 작업에 투입됐다.
크레인을 활용해 밸브 구동장치의 볼트를 해체한 상태에서 갑자기 배관에서 ‘쏴’하는 소리가 들렸고, 위험을 인지한 작업자들이 즉시 대피했는데, 불과 10여초 뒤 원인 미상의 점화원으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업체 사망자 유가족 등도 다른 작업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원청에서 가스를 다 뺐으니깐 밸브를 열라고 해서 밸브를 열다 폭발이 발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한 바 있다.
다만 이와 관련 에쓰오일 측은 작성 과정에서 오류가 있는 보고서의 내용이 유출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가스 새는 소리가 난 것은 맞지만, 10여초 후 폭발한 것은 아니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가스 새는 소리가 난 뒤 1~2분 정도 뒤에 폭발 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정확한 사실 관계는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관에서 가스가 새는 소리가 들린 후 폭발이 발생했다는 내용은 24일 진행되는 폭발·화재현장 합동감식 등 앞으로 진행되는 관계기관의 원인 규명 과정에서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경찰청과 국립과학연구원, 고용노동부, 소방,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은 사고가 난 ‘알킬레이션’ 관련 설비를 중심으로 감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알킬레이션에 사용된 부탄 드럼(소형 탱크)에서 누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실제 누출 여부와 원인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한다.
경찰은 다만, 현장 구조물 붕괴나 위험 물질 추가 누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세밀한 감식은 어렵다고 보고 2차 감식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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