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출범 2개월을 앞둔 윤 정부의 다자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나토의 초청을 받아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오후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공항을 통해 마드리드로 출국했다.

이는 취임 후 첫 다자외교 대뷔 무대로, 파트너국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 가치 연대를 강화하고, 나토와의 포괄적 안보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패권 경쟁 격화 등으로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윤 정부의 '스탠스'가 주목된다.

나토는 북미와 유럽의 집단방위 체제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를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으로 초청했는데, 모두 중국과 같은 아시아·태평양 권역에 있으면서 미국과 동맹인 나라들이다.

윤 대통령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경제안보 협력 등에 나토 참석의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이번 참석을 놓고 서방과 중·러간 '신냉전' 양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서방과의 결속을 꾀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대응과 함께 중국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은 새로운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도 새롭게 채택할 계획이다.

중국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아태 지역 국가 초청을 대중국 견제 포석으로 받아들여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나토 파트너국 정상과의 4자 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을 두고도 대중 강경노선을 견지해온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의 '밀착'이 윤 대통령의 반중(反中) 기조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나토와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반중·반러 전선에 본격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할 만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 7차 핵실험 징후가 뚜렷한 가운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력히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3분 간의 나토 회원국·파트너국 공동세션 연설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 도발 등 국제적인 안보 위협을 평가하고 한국의 역할을 언급할 예정이다.

4년 9개월 만에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북핵 문제가 가장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미일 정상이 모두 바뀐 뒤 처음 마련된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핵·미사일에 대한 '대북 삼각공조'를 재확인하는 한편, 북한을 향해 대화의 장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지난달 28일 대북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3국이 최근 대북 공조를 강화하는 와중에 정상들이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다만 회담 예정 시간이 약 30분간으로 길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보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상견례' 성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포괄적 안보'라는 이름 아래 나토 회원국들과 경제·인권·기술 등 다방면의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원자력 수출(체코·폴란드·네덜란드), 반도체(네덜란드), 방위산업(폴란드), 재생에너지(덴마크) 등 국가별 경제 협력 모색을 위한 회담과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담, 나토 사무총장 면담, 스페인 국왕 면담, 스페인 경제인 오찬 간담회 등 총 14건의 외교 일정이 예정돼 있다.

김건희 여사도 배우자 세션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과 부부 동반으로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28일), 스페인 교포 만찬 간담회(29일)에 참석하고, 별도의 배우자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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