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지난 1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이날 오후 울산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개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제공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자 파업을 가결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일 올해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합원 4만6,568명 중 4만958명(투표율 88.0%)이 투표해 3만3,436명(재적 대비 71.80%)이 찬성,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대는 7,435명, 무효는 87명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찬반투표가 과반 이상 찬성으로 가결됨에 따라 4일 예정된 쟁의조정 회의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간 입장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자동차 노조 2022년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표. 현대자동차 노조 제공

특히 이번 노조 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연구직 조합원 찬성률이 생산·기술직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노조는 그동안 사측의 '표 분석'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이 각 소속 지역에서 투표한 것을 울산공장으로 모아서 섞은 후 개표해왔다. 올해는 편이성과 신뢰성을 고려해 처음으로 지역별 개표했는데, 연구직 조합원들 파업 찬성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이다.

연구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양위원회(남양연구소)만 보면, 재적 조합원 5,866명 중 4,577명(투표율 78%)이 투표했고, 이 중 4,442명(재적 대비 75.7%)이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울산·전주·아산공장과 판매위원회 등을 합한 평균 찬성률보다 3.9%p 높은 것이다.

2019년과 2020년 연간 매출액이 100조원을 연속해서 넘었는데도 임금이 감소하자 지난해에는 적절한 성과급을 바라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를 중심으로 사무·연구직 노조가 출범했는데, 이를 통해 표출된 연구·사무직들의 성과 분배 요구 분위기가 파업 찬성률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사무·연구직 직원은 "성과가 제대로 분배되지 못한다고 느끼면서 몇 해전부터 사무·연구 현장에선 '적게 받으니 적게 일하자'(Low Pay, Low Work)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파업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일괄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여름 휴가 전인 이달 중순이나 말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4년 만이다.

노조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일 무역분쟁과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무분규로 타결했다. 2019년과 지난해에는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가결됐으나 실제 파업하지는 않았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수당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또 신규 인원 충원, 정년 연장, 고용 안정, 임금피크제 폐지, 미래차 산업 관련 국내 공장 신설·투자 등도 별도로 요구했다.

사측은 아직 일괄 제시안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가 지난달 22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이후 본교섭은 중단됐으나 실무교섭은 진행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속되는 반도체 수급난과 글로벌 경제위기 가속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가 보다 성숙한 자세로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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