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름
더 클래식 이음 대표·본지 독자권익위원

영화 ‘헤어질 결심’ 화룡점정 말러 교향곡 
그 중 5번 4악장, 실제 러브스토리 담아내
음악을 마주한 순간 ‘사랑할 결심’ 설수도

 

 덥다. 그것도 아주 많이 덥다. 누군가 더운 날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냐고 묻는다. 더울 땐 귀도 덥다. 흥겨운 리듬도 많은 소리도 귀가 다 담아내기에는 버겁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음악을 선택하라면 요즘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1860-1911)'의 교향곡 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 : Symphony No.5 mov.4 Adagietto는 어떨까?
 그의 교향곡이 오늘날 가장 위대한 교향곡 중 하나에 선정되고 가장 많이 연주되는 교향곡 중 하나로 선정되어도 흔히들 반기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만큼 친근하게 다가오는 작곡가는 아니다. 그렇게 많이 연주된다고 하지만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도 아니다. 왜 그럴까? 그를 추종하는 이들은 그에게 열렬히 빠져들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는 그의 음악은 그만큼 호불호가 강한 음악이다.
 나는 요 며칠간 복잡한 심적 갈등을 겪으면서 그 과정 속에서 그의 음악에 꽤나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부터 나는 그의 음악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뭐 결심까지 해야 하나 하겠지만 그의 음악을 들으려면 그를 사랑해야 할 결심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말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의 의도된 어색한 한국말 그 오묘한 매력적인 대사 "마침내…"처럼 그렇게 우리는 말러의 음악을 마침내 계속해서 영화 속에서 들을 수 있게 된다. 박찬욱 감독이 존경한다는 한 영화감독의 작품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영화의 원작은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Thomas Maan(1875-1955)'의 소설인데 작가가 소설의 스토리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존경하던 구스타프 말러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는 위대한 예술가의 죽음에 관한 스토리를 구상하는데 말러와 이름도 같은 구스타프 에센바흐란 주인공을 만들어 소설을 적게 된다. 그렇게 탄생된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다.
 작곡가 말러의 인생을 살펴보면 그의 음악을 더욱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데 특히나 <아다지에토>에는 얽힌 이야기는 많다. 미국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는 형의 비극이 재연되듯 암살 당한다. 바로 그의 장례식에 이 음악이 연주됐고, 이후로 이 곡은 추모곡으로 많이 연주됐다. 하지만 이 음악은 사실은 사랑을 고백하는 음악이었다. 그가 사랑하던 여인은 그 시대 오스트리아에서 너무나도 인기가 많았던 '알마 쉰들러:Alma Schindler(1879-1965)'라는 여인이었는데 말러는 19살이나 어린 알마에게 이 곡을 보낸다.
 알마는 그의 사랑 고백을 받아들이고 둘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고 알마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말러는 충격에 빠지지만 이혼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그렇게 관계된 결혼생활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말러가 죽었을 때 알마의 나이는 고작 30대 초반이었다. 그 후로 알마는 많은 예술가들과 염문을 뿌리고 두 번의 결혼을 더 하게 되는데 당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많은 예술가들이 그녀와의 애인관계에 있었다. 어쩌면 <아다지에토>는 말러가 사랑에 흠뻑 빠졌을 때 그녀에게 보내는 열렬한 사랑의 노래였지만 그의 인생을 회상해 본다면 이 노래는 그의 인생에서의 처절한 복선처럼 느껴진다.
 <아다지에토> 느리게를 나타내는 음악 용어인 '아다지오' 그것보다는 빠르게 라는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는 음악 용어인 '아다지에토'. 더운 여름날 그의 음악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순간이 멈춰버리며 그를 사랑하게 될 결심을 하게 될지도 모를 설레는 순간을 누군가에게는 선사되길 바라며…

서아름 더 클래식 이음 대표·본지 독자권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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