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저 내실의 ‘흔들의자 얘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관저에 들어오면 그 흔들의자에 앉았다. 최순실은 ‘문고리 3인방’으로부터 국정을 보고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흔들흔들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최순실이 결론을 내리면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도 그 자리에서 결정됐다. 
 탄핵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날 때까지 이렇게 1,475일 동안 ‘관저 대통령’을 했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최순실이라는 청와대 비선이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못했으니 완벽한 검증 실패였다.
 대통령은 국회의 감시 및 견제 대상인데도 박 전 대통령의 국가권력 불법 공유를 3년 넘게 막지 못했다. 국회는 민의에 밀려 2016년 12월 7일 탄핵 소추안을 쫓기듯 가결시켰다. 
 무엇보다 청와대엔 관저 안 최순실을 알면서 모른체한 대통령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의 사례는 많다. 가벼운 접촉 사고라도 모른 척하고 현장을 뜨면 바로 뺑소니범으로 몰리게 된다. 불씨를 떨어트려 놓고 그냥 놔두면 방화범으로 처벌받는다. 회사 안에서 비리를 목격하고도 침묵한다면 그 비리의 공범자로 몰릴 수 있다. 하물며 공적 의무를 위임받는 공직자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한 것은 심각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의도적 무심함이 가공할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비서실장, 각 분야 수석과 장관들에게 주어진 복무규정과 각기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최저치인 24%를 기록했다. 24%는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8.6%)의 절반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의혹이 터져 나오던 2016년 10월 셋째주 지지율(25%·한국갤럽조사) 보다도 낮다. 
 무슨 이유인지 유독 이번 정부에는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알면서도 모른 척, 보고도 못 본 척한 측근들뿐이다. 그리고 "이건 아닙니다"라고 목소리를 내는 의인이 보이지 않는다. 그 서늘한 침묵과 외면이 대통령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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