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준 변호사·재경 울산향후회장

 지난 7월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재경 향우 등 500여명이 모여 '울산사랑 만남의 날' 행사가 열렸다.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한 각 구청장들, 김기현 국민의 힘 전 원대대표와 이채익 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들, 이윤철 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인, 이연희 울산매일신문 사장 등 지역 언론사 대표 등도 참석하였다. 특히 울산이나 부산에 거주하는 향우들도 올라와 50년 전통의 재경 울산향우회 모임은 성황을 이루었다. 
 매년 2월경 열리던 신년교례회가 코로나 때문에 2년여 열리지 못하다가 최근 방역이 완화되어 개최된 것이다. 최병국 향우회장(전 국회의원)이 행사를 주관하였고, 행사 말미에 원로 고문과 전(前) 집행부 및 전체 향우들의 뜻에 따라 필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부회장을 맡고 있었지만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전임 회장으로부터 받아든 향우회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참석하면 즐겁고 언제 열릴지 기다려지는 향우회를 만드는 것이 회장 역할이다.  
 역대 재경 울산향우회장은 전임 최병국 회장을 비롯하여 초대 고태진(전 조흥은행장), 박현규(한국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 이종수(전 병원장), 정치근(전 법무부장관), 김이현(전 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안우만(전 법무부장관), 박준곤(전 삼성그룹 임원), 안종택(전 검사장) 등이다(존칭 생략). 모두 울산과 나라를 위해 큰 기여를 한 경륜과 인품이 훌륭하신 분들이다. 전임 회장들이 닦아 놓은 '선후배간의 존경과 사랑으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우애'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나가야 할 책임이 신임 회장에게 주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해 그리움을 갖는다. 필자는 선대 대대로 울산 구도심인 중구 북정동에서 살았지만 울산이 공업도시로 발돋움하던 소년 시절 염포와 강동에서 자랐다. 60년대말 70년대초 현대자동차 공장이 염포만 개펄에 들어서고 전하동의 야산을 깎아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부지가 조성되는 광경과 멀리 울산만의 건너편 장생포 지역에 들어선 화학비료공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무시험 1기로 남구 옥동의 학성중학교에 추첨되어 염포에서 학교까지 먼 길을 통학하였는데 당시 공업탑 로터리 주변은 허허벌판으로 지금의 모습과 완연히 달랐다. 그때의 경험과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여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고향 떠난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 속의 집단무의식 같은 정서를 공유하기 위해 모인다. 향우회가 바로 그런 자리다.  
 현대 경영에서는 회사는 외부 고객의 만족보다 내부 구성원들의 행복감을 우선시한다. 모임이나 조직의 성공은 구성원의 만족감과 자긍심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향우회가 활성화되어 참가하는 향우들의 행복감이 증진된다면 이상적이다. 고향과 친구들에 대한 추억으로 정담을 나누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할 수 있다. 요즈음과 같은 갈등과 분열의 시대에 향우회와 같은 모임은 봉합과 화합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향우회 회칙에 '고향을 떠나 재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향우들의 친목과 상부상조로 향토의 발전을 도모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회원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 경기 인천 거주자와 그 가족들로서 파악된 인원은 약 10,000명 정도이지만 실제 더 많을 것이다. 주된 행사는 신년교례회, 가을 산행과 고향 방문 행사, 공부 모임인 태화포럼, '태화강' 회지 발간 등이다. 별도로 등산 골프 등 동호회, 울산 출신 공무원들의 '울목회' 등 직능별 모임, 울산 소재 초중고의 재경동창회, 소 지역별 향우회 지회 모임 등도 활발하다. 
 향우회에서는 5년전부터 울산 출신으로 국가 사회에 큰 공적을 남긴 인물을 찾아 신년교례회때 '자랑스런 울산인상'을 수여하고 있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동천학사(울산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서울 기숙사) 건립자 정해영 전 국회의원, 무궁화 박사 심경구 전 교수, 가수 윤수일 등등. 경제 사회 문화 학문 예술 등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한 울산의 인물을 발굴하여 포상하는 일은 울산인이 국가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이로써 회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질 수 있다.
 울산은 근대화 시기에 공업도시로 출발하여 현재 산업수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시대에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울산은 전국 광역행정 단위중 GDP가 제일 높지만 동남권에 치우쳐 있고 인구가 다른 광역시 수준인 150만명에 미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 도시의 힘이 사람 즉 인구수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아쉽다. 생산도시의 차원을 뛰어넘어 소비 문화 교육도시로 변모하는 것이 동남권 광역도시의 위상을 확립함과 동시에 울산광역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방문객이 많아지고 정체된 인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의 발전을 위하여 향우회 차원에서 딱히 사업을 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재경 향우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울산의 발전이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응원한다면 울산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재경 향우 한 사람 한사람이 울산시의 홍보대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의 발전하는 모습과 시 당국의 역점 사업 등을 이해하고 홍보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다. 울산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광역시로 우뚝 서는 날을 재경 향우들은 간절히 고대한다.   
 향우회의 각종 모임이나 태화포럼 등에서 나온 울산 발전을 위한 의견들을 울산시에 전달하거나 울산시와 울산 상공회의소 등의 홍보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 듯하다. 재경 울산향우회는 향우 자격자들에게 언제나 개방되어 있다. 향우들이 모임을 통해 소통하며 행복감을 증진하고 애향심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기준 변호사·재경 울산향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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