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내달까지 청소년 니즈 파악 설문·토론회 추진
학교·대형기획사 연계 학원 등 운영형태 촉각
교육기관 설립 등 제한 국내 법규제 난관 예상

울산시가 중구 성남동 옛 중부소방서 부지에 BTS나 블랙핑크 같은 세계적 스타를 양성하는 'K팝 사관학교'를 설립하는 등 울산을 K팝 거점도시로 부각하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다.

걸그룹 트와이스 쯔위 등 숱한 아이돌 스타를 배출한 '서울 한림연예예술고' 처럼 학력인정 시설로 추진할지, 아니면 대형연예기획사와 손잡고 K팝 스타를 육성하는 '학원' 형태로 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학교 설립·교육과정 운영에 제한이 상당한 국내 법규제를 감안할 때 학력인정 시설 추진시 난관이 예상된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교육 수혜자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옛 중부소방서 자리에 건립 예정인 '청소년문화회관'과 'K팝 사관학교'가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운영되기를 바라는지 등의 종합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이달 안에 진행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울산청소년활동진흥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9월까지 실시한다. 설문조사에서 취합된 의견을 놓고선 청소년 정책제안·모니터링 활동 중인 울산시청소년청소년참여위원회의 정책 토론회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성남동 옛 중부소방서 부지 3,019㎡에는 △청소년문화회관 △성남119안전센터 △제조서비스융합 중소벤처 지식산업센터 등 패키지로 설계된 3개 건물이 오는 2024년 9월 준공해야 한다.

하지만 김두겸 시장이 민선 7기 울산시 체제에서 추진된 지식산업센터 건립 전면 중단을 선언하는 대신, 그 자리에 K팝 사관학교를 지어 청소년문화회관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옛 중부소방서 부지 활용 계획은 백지화됐다. 이 경우 청소년문화회관과 K팝 사관학교의 콘셉트, 운영 형태, 공간구조 같은 '기본계획 수립'에서부터 사업계획변경 신청을 위한 '타당성검토 용역', '예산확보', '투자심사·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 '공공건축심의위', '설계공모', '기본 및 실시설계', '입찰공고·개찰' 등 모든 행정절차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2025년 이후에나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대 관건은 K팝 사관학교를 어떤 형태의 교육기관으로 운영할지 여부다.

일단 김 시장은 전 세계 한류(韓流) 팬 숫자가 지난해 1억명을 돌파한 만큼 옛 중부소방서 부지에 K팝 사관학교를 신설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K팝 축제도 열어 대중예술문화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예상 선택지는 △학력이 인정되는 중등교육기관이나 평생교육시설 신설 △국내·외 대중예술 중·고교 분교 유치 △기존 예술관련 특성화고 K팝 전공과 신설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K팝 연습시설 또는 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에는 SM, JYP 등 160여개 연예기획사가 소속돼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로썬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고 교육 수혜자인 청소년들의 니즈부터 먼저 파악해 콘셉트 등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8~9월 설문조사 에 이어 정책토론회 역시 청소년들이 주축이 돼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K팝과 관련한 대표적인 교육기관은 지난 2009년 학교법인인 한림재단이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설립한 서울 송파구 소재 '한림연예예술고', 그리고 1955년 학교법인 상서학원이 개교한 대구 달서구 소재 특성화고인 '상서고'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림연예예술고에는 △연예과 △뮤지컬과 △실용무용과 △패션모델과 △영상제작과 등이 운영 중이며 학생수는 1,100여명이다. 소녀시대 서현, 트와이스 쯔위, 비투비 육성재·정일훈, 위너 송민호·남태현, 유키스 동호 등의 아이돌 스타가 이 학교 출신이다.

상서고는 △연예매니지먼트과(120여명)를 운영하면서 K팝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전문가 특강을 제공한다.

한편 대형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K팝 음악인을 꿈 꾸는 청소년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대형입시학원인 종로학원과 함께 서울에 정식 학교 형태인 '글로벌 K팝 스쿨(SM인스티튜트)' 설립을 추진하던 중 까다로운 법규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국내 설립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SM인스티튜트를 세운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자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나"라는 문의 이메일이 전세계에서 하루에 1,000통 넘게 쏟아졌고, "해당 인스티튜트를 우리나라에도 유치하고 싶다"는 사업 제의도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학교 설립과 교육과정 운영에 각종 제한을 두고 있는 국내 법규제 때문에 '학원'인 인스티튜트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작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에 K팝 등을 가르치는 온라인 고등학교인 '디지털스쿨'(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우회로를 찾았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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