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 대전 · 오일쇼크 거치며
자동차 한계 인식 1992년 재도입 
14개 노선 운영 … 대부분 외곽 운행

지하철·버스 편리한 환승체계 구축
차량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 높여

자전거·인도 등 도로별 특성 고려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 사용 계획
노선따라 잔디 · 나무 심어 녹색화
이미지 개선·친환경까지 ‘일석이조’

 

프랑스 파리는 트램을 단순한 '교통 프로젝트'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도시 정비까지 병행한 '도시계획 프로젝트'로 활용했다. 
프랑스 파리의 트램 모습.

프랑스 파리는 트램을 단순한 '교통 프로젝트'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도시 정비까지 병행한 '도시계획 프로젝트'로 활용했다. 

트램을 도입하면서 자동차로 인해 복잡했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했을 뿐 아니라 생활 환경까지 개선한 것인데, 공간과 용도를 재고한 덕분에 삭막하게만 느껴지던 도시 풍경이 180도 달라졌다. 

파리는 트램 노선을 따라 잔디와 나무를 심어 질적으로 아름다운 외관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줬다. 이는 도시 개발을 동반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도시재생의 수단으로서의 트램 도입 성과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프랑스 트램의 큰 특징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는 트램을 단순한 '교통 프로젝트'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도시 정비까지 병행한 '도시계획 프로젝트'로 활용했다. 

#'퇴물' 취급되던 트램의 부활

프랑스는 20세기 초반 현재 버스 네트워크와 맞먹는 수준의 트램 교통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1925년부터 자동차를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 더 많이 이용했다. 따라서 트램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옛날 것이라고 간주됐다. 

결국 파리 시내에선 1938년, 교외 지역에선 1957년에 트램이 완전 폐지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세계 2차 대전 후 수도권에 교통문제가 발생하고 여기에 1973년 오일 쇼크까지 부닥치며 자동차의 한계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중심에 따른 교통 정체 문제를 심각하게 내다보기 시작했고, 중앙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램 재도입을 추진했다.

프랑스에서는 1975년 낭트에서 현대적인 트램이 가장 먼저 도입됐고 이후 1987년 그르노블에 이어 1992년 파리에도 트램이 들어섰다. 퇴물 취급을 받던 트램이 50여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현재 파리의 트램은 T1, T2, T3a, T3b, T4, T5, T6, T7, T8, T9, T10, T11, T12, T13 총 14개 노선이 있다. 대부분 노선이 파리 외곽을 달리며, T3만이 파리 도심을 지난다. 모든 노선이 완성된 것은 아니고, T10, T12 호선을 제외하고 전부 운행 중이다. 다만 T11, T13의 경우는 부분 운행 중인데 내년 연말쯤에는 14개 모든 노선이 운행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의 트램 내부 모습. 심현욱 기자
트램노선과 자전거도로, 인도 등이 깔끔하게 정비된 프랑스 파리 모습. 

#자동차 수는 줄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늘고

파리 도심에는 지하철과 버스가 대중화됐지만, 외곽으로 도는 주요 대중교통이 없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램을 도입했다. 

버스나 지하철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버스는 제시간에 맞춰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지하철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트램 도입은 성공적인 편이다. 대중들에게 이용하기 편리하고 질 좋은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파리의 트램은 편리한 연계 환승체계 구축으로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였다.

파리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트램 노선은 T1, T2, T3 정도인데 평소 80~90% 이상은 승객으로 차 있다고 한다. 하루 이용객 수를 보면 노선의 길이마다 차이가 나는데 총 길이가 22km정도 되는 T3(a,b)는 20~25만명 정도이며, 총 길이 10.3km인 T9의 경우 최대 8만5,000명이 이용한다.

트램의 이용률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통행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파리 도심을 지나는 T3는 과거 티에르 성벽의 길을 따라 파리를 둘러싼 대로인 마레쇼 대로를 따라 있어 마레쇼 트램이라고도 하는데, 2008년 기준 자동차 통행량이 50%나 줄었다고 한다. 자동차 중심에 따른 교통 정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T9은 전반적인 교통 체계에 트램이 녹아들 수 있게 교통순환 계획을 적용시켰는데 그 덕분에 선 개시후 Rouget de Lisle (루제 드 릴) 사거리와 분기점의 교통 체증이 감소했다.

파리에 트램이 재도입되면서 가장 크게 변화된 것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도시계획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거다. 

그 중심에 TCSP(대중교통 전용도로)가 있다. TCSP는 버스 차선만이 아니라 전용도로를 사용하는 대중교통을 의미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도로의 특성에 맞게 만드는 건데 도시의 공간과 사용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도시적 차원에서 개발을 고려한 것이다.
 

프랑스 파리는 트램을 단순한 '교통 프로젝트'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도시 정비까지 병행한 '도시계획 프로젝트'로 활용했다. 위 사진의 모습에서 트램을 도입한 후 아래 사진 변화했다.
프랑스 파리는 트램을 도입하면서 도로에 나무와 잔디를 심어 녹색화를 추진했다. 

#생활 환경 개선으로 편안하고 매력적인 장소 변모

TCSP는 기존 도로를 활용해 트램, 버스, 자동차, 보행 및 자전거도로 분할 공유할 때 어디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인도가 넓어지고 없었던 자전거 도로가 생기는 등의 변화도 있지만, 도로에 나무와 잔디를 심어 녹색화를 추진하는 것이 인상 깊다. 트램 노선을 들여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대를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직접 탑승한 트램 T3 노선에서도 녹색화가 자리 잡은 볼 수 있었다. 이 노선은 주변 1,000㎡면적에 잔디궤도와 1,100그루의 나무, 이외에도 다양한 식물을 심어 도심 녹지를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이로 인해 눈이 편해지고, 공기도 맑아졌으며 무엇보다 삭막했던 도시 이미지가 180도 변했다.

하지만 잔디는 꾸준히 물을 주고 관리를 해줘야하기 때문에 비용 등에서 부담이 되는데 T4 노선에서는 물을 줘도 되지 않는 식물 ' sedum' 심어 이를 해결하기도 했다.

파리의 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일드프랑스 모빌리티 인프라 디렉터 아르노 크롤래(Arnaud Crolais)씨는 "트램을 도입하면서 도시 이미지가 굉장히 크게 변했다. 

이전에는 도로에 자동차만 많았는데, 트램이 생기면서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확장되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환경 오염을 줄이는 등 공공장소의 변화를 가져왔다. 

잔디와 가로수를 심으면서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바꾸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하자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사용자들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신섬미 기자·사진=심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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