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장

 <한산>과<명량>의 서사 구조는 동일하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대략 두 시간 정도의 상영시간에서, 전반부 한 시간 동안은 각 진영의 전투 준비상황이 묘사되고 나머지 절반은 전투 자체에 할애된다. 두 영화는 시종일관 그렇게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다.
 또한 각 진영과 인물들은 비중과 빈도에서 거의 동등하게 묘사된다.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감독 김한민이 보여준 미덕 중 하나다. 
 각 진영마다 화두는'두려움'이었다. <한산>에서는 복카이센(귀신 거북)을 대하는 왜군의 두려움이었고, <명량>에서는 12척으로 300척이 넘는 적과 맞서야하는 조선군의 두려움이었다. 각 진영의 장수는 그 두려움을 없애야만 했다.  <한산>에서 적장 와키자카는 복카이센의 허점을 찾았고, <명량>에서 이순신은 홀로 수십 대의 적선과 맞서 싸우며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군이 두 싸움에서 모두 승리했다. 승리의 원동력은 물론 이순신의 리더십이었다. 매사를 대할 때의 신중함, 상대에 대한 치밀한 분석력, 예측력, 좌중의 의견을 존중하는 수용력, 결단력이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적장들도 이런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두 영화를 관통하면서 이순신이 보여준 리더십의 근본적인 차이는 다른 데에 있었다. 그것은 이 전쟁에서 왜 기필코 이겨야만 하는 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하는 것이었다. <한산>에서 이순신은 왜군 포로 '준사'에게 이 전쟁은 '의리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명량>에서는 아들 '이회'에게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그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다"라고 말한다. 
 이순신에게는 바로 그 백성을 향한 마음이 곧 충이요, 의로움이었다. 그 의로움이 장수 이순신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고, 또한 조직 전체를 설득하며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 즉 리더십의 근간이었다.
 홍영주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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