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만든다(한국 속담). 말이 입안에 들어 있을 땐 당신의 노예이지만 입 밖에 나오게 되면 당신의 주인이 된다. 질이 좋지 않은 혀는 질이 좋지 않은 손보다도 나쁘다(유대인 속담). 말은 꿀벌과 같아서 꿀과 침을 가졌다(스위스 속담). 말은 참새다. 날아가 버리면 두번 다시 잡을 수 없다(러시아 속담). 윈스턴 처칠이 목에 걸리는 것 같은 음성으로 말을 시작하면 마치 보석상이 보석을 정돈해 놓은 것 같았다. 그러나 처칠은 남의 말에도 귀를 잘 기울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멍청한 개자식"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서민 물가 안정 관련 대책 회의 모두발언 직후 퇴장하던 폭스뉴스 기자가 "당신은 인플레가 정치적 부채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이같은 욕설을 뱉었다. 해당 발언은 정부·의회 전문 중계방송을 통해 전국에 퍼졌다. 문제가 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에게 사과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카메라와 마이크에 잡히는 각국 정상들은 말실수로 종종 곤욕을 치렀다. 
 해외 순방 중 뉴욕의 한 빌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TV 카메라에 포착됐다. 언론이 보도한 국회에서 "이××를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으로 대통령실이 바로 잡았다.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정상회의장 주변에서 비속어가 섞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건 이해하기 힘들다. 
 야당의 과잉 대응도 문제다. 마치 실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총공세를 펴는 모양새다.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리 만무다. 국민들이 선택한 윤 대통령이 이같은 설화로 발목이 잡히면 국정 동력이 상실돼 아무것도 못 할 수 있다. 이번 파문의 근원은 윤 대통령의 거칠고 가벼운 언행에 있을 것이다.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에도 말을 한다. 생각이란 실은 자기 혼잣말이다. 생각에 잠긴 사람은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지만 때때로 말이 그를 불멸로 이끈다. 죽어도 그의 말이 살아서 회자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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