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식물성 넷제로 레스토랑
인근 농장서 일정 양의 야채 수급
남긴 음식 퇴비화, 다시 농장으로
선순환 구조로 음식쓰레기 최소화
고객니즈와 환경운동 가치 맞닿아
지속가능 수익 창출 구조 만들어

제로웨이스트,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가게에는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말이 있다. 약간의 불편함. 고객들이 기꺼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불편함을 감소케 하면서 가게들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사업가적인 관점과 환경운동적인 관점 중 어느 쪽에 더 치우쳐야 할까, 그리고 고객들은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많은 업체들의 탄소 발자국 감소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베를린에서 만난 두 가게의 상황은 극과 극이었다.

'FULL TASTE, ZREO WASTE'를 내세운 채식식당 FREA는 평일 저녁에도 예약 없이는 발길을 돌려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였다.

반면 당초 함께 취재하고자 했던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는 파산에 이르렀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됐다.

이에 취재진의 가게 방문은 가능했지만 인터뷰는 어렵다고 전해왔다.

자현친화 인테리어로 꾸며진 FREA 전경

#제로웨이스트 파인다이닝 인기, 소비에 가치를 부여하라

세계적으로 환경문제 최전방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인 베를린에선 좀더 복합적인 제로웨이스트 숍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 관련 기업을 비롯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케이터링 서비스 등에서도 '제로웨이스트'를 목표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레시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 중 플라스틱 쓰레기를 넘어 음식 쓰레기까지, 주방 내 제로웨이스트 시스템을 구축해 베를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채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FREA'의 David J. Suchy 대표를 만나봤다.

세계 최초 식물성 제로웨이스트 레스토랑이다.
 

FREA의 David J. Suchy 

데이빗은 "평균적으로 독일인은 1인당 연간 약 450kg의 가정 쓰레기를 버린다"라며 "폐기물을 분리하더라도 재활용할 수 있는 비율은 극히 적고, 대부분 소각돼 환경에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논리적 결론은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방에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체계적인 재고 관리와 많은 계획들이 필요하다.

일단 유통에서부터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FREA는 가게 인근의 지역 농장과 직접 계약을 맺는다. 작은 농장들은 다회용 용기에 담아 제철 유기농 야채들을 배송하고 다시 용기를 수거한다.

당일 팔 수 있는 양을 정해 놓고 공급받기 때문에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재료는 없다.

FREA의 요리사들은 제공받은 재료들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낸다.

깨끗하게 씻은 야채의 껍질은 육수나 농축 소스에 활용되며 각종 발효음식으로 만들어져 저장 수명을 늘린다.

그럼에도 남는 음식들, 특히 손님이 남기고 간 음식물들은 FREA의 퇴비화 기계에서 소화된다.
 

FREA의 퇴비 제조 기계
제조된 퇴비.

모든 음식물 폐기물은 퇴비화 기계를 거쳐 하루만에 토양 대체물로 변화한다.

그리고 퇴비들은 FREA에 음식물을 제공하는 유기농 농부들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식당 내부 역시 가능한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다.

빈티지 목재를 활용한 가구와 에코페인트 식물을 활용한 전등 갓, 부엌 내부에 빼곡하게 가득차 있는 유리병 등이 인상적이다.

물론 테이블에도 빨대와 냅킨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냅킨이 준비돼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선택한 대신 많은 직원의 손이 필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데이빗은 "확실히 우리는 다른 식당보다 많은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라며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직원들과 함께 레스토랑의 제로웨이스트를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데이빗은 2019년에 레스토랑을 오픈한데 이어 올해 4월부터는 제로웨이스트 베이커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의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고객의 '니즈'와 '나의 상품'이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빗은 "물론 나는 채식을 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수요가 없는 곳에서 강요하고, 이익을 창출할 순 없는 일"이라며 "베를린은 유럽에서도 앞서가는 비건도시다. 그리고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며 이는 소비에 가치를 부여하는 베를린의 '힙스터' 문화와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파산했지만 여전히 운영중인 오리기날 운페어팍트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론 충분치 않은 현실

'오리기날 운페어팍트'의 대표는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상편에서 소개한 '룬처스'와 함께 2014년 오픈, 제로웨이스트숍의 선두주자로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선 환경부 장관 등이 방문하며 선진사례로 손꼽혔기에 더욱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우리가 베를린을 방문하기 약 일주일 전인 지난 6월 22일 베를린 지역 신문은 "오리기날 운페어팍트는 파산 후 투자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오리기날 운페어팍트를 창업하고 운영해온 밀레나 글림보브스키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상당한 손실이 있었는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라며 "사실 포장 폐기물을 없앤다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 몰두한 반면 재정적 성공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비지니스적인 전문 지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시대에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현재의 위기를 직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오리기날 운페어팍트는 9월 1일부터 새로운 사업자에게 인수됐으며, 다행히 기존의 위치에서 현재의 시스템과 13명의 직원 그대로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백주희 기자 qorwngml0131@iusm.co.kr
   사진=김지은 기자 fantastig@iusm.co.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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