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덴마크는 독일(프로이센)과의 전쟁으로 국토의 3분의 1을 잃었다. 실의와 낙심만 남았던 시절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덴마크의 농민운동이 시작됐다. 지금 유럽에서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덴마크는 나무심기로 다시 일어섰다.

6·25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도 나무심기로 국토가 개조됐다. 이 땅에서 흉년이란 말이 사라진 건 국토가 녹색을 띤 이후다. 대한민국은 세계의 주요 산림국으로 불린다. 국토 면적 대비 산림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4위(63.2%)다. 한국을 근소하게 앞선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 일본 세 나라 뿐이다. 

우리 국립수목원 ‘숲의 명예전당’에는 육림가 여섯 분을 모시고 있다. 나무 할아버지 김이만 선생, 육종학자 현신규 교수, 박정희 전 대통령, 축령산의 산림왕 임종국 선생, 천리포 수목원 민병갈 원장, SK 최종현 전 회장이다. 한 분 한 분이 귀한 이름이다.

나무도 늙는다. 나이가 들수록 탄소 흡수 능력과 산소 배출량이 줄어든다. 심은 지 50년이 넘으면 그때부터 노화 현상이 일어나고 기능이 저하된다. 우리 산야의 푸른 나무들이 40~50년 전에 집중적으로 심어져 벌써 노령화 시대를 맞았다. 51년생 이상 산림 면적이 2050년대에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이 ‘숲을 가꾸자’에서 ‘숲을 바꾸자’로 슬로건을 바꾼 배경이다.

과거에는 민둥산을 녹화하는게 급했다면 이젠 싱싱하고 값어치 있는 산림자원을 육성해 경제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수탈로 숲이 사라진 1949년에 정해진 4월 5일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자는 목소리가 들린지도 오래다. 이유는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해서’, ‘3월에 심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961~1980년 우리나라 3월 평균 기온은 약 5도였다. 2014년 이후에는 7~8도로 높아졌다.

쉴 휴(休)자는 사람(人)이 나무(木) 옆에 있는 모습이다. 휴식의 경계를 오가며 나무는 나이테를 하나씩 늘려간다. 그때마다 몸속에서는 새로운 씨앗을 준비하면서 나무도 늙는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