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보다, 이파리 보다, 꽃에 집중하는 나무/ 거멓게 말라 터진 몸뚱아리는 내버려두고, 오로지 꽃 피우는 데만 몰입하는 벚나무 (중략) 팡팡팡 펑펑펑 절정에서 터뜨린/ 저 함성, 저 폭발, 저 만개, 저 아수라, 마침내 두둥실 떠오른/ 눈부신 극락 한 채’ (박방희 시인의 ‘꽃에 집중하다’) ‘오로지 꽃 피우는 데만 몰입’한 덕이다. 잎보다 먼저 피는 봄꽃들 중에도 유독 눈부신 벚꽃. 키가 큰 만큼 꽃들의 함성도 높아 가히 즐길만한 꽃 폭죽이 절정이다.

‘팡팡팡 펑펑펑’ 터지는 꽃들의 ‘아수라!’ 그 끝마다 ‘눈부신 극락 한 채’가 두둥실 떠오른다.  아수라가 만개(滿開)의 비유라면 극락은 절정(絶頂)의 한때겠다. 하지만 한껏 공들인 개화(開花)도 한순간에 하르르 지워 순간의 미학을 빚는게 또 벚꽃의 길이다.

일본인들은 수치심을 드러내길 싫어한다. 죽을 때도 아름답고 정결하게, 주위에 폐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바람에 흩날리며 아름답게 산화(散花)하는 ‘사쿠라’의 꽃잎에 감탄한다.

섬찟한 노래도 있다. “핀 꽃은 지는 법, 나라를 위해 멋지게 지자… 꽃의 고향 야스쿠니 신사. 봄에 피어 다시 만나자.” 태평양 전쟁 시절 유행가였던 군가 ‘동기(同期)의 사쿠라(벚꽃)’다. 위화감을 느끼지만 그들은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회상에 잠기기도 한다. 그들은 사쿠라에 취하고, 술에 취한 채 봄날을 만끽한다.

따뜻한 3월에 이어 일찍 찾아온 봄에 따라 올해는 ‘벚꽃 엔딩’도 빨리 왔다. 기상청 관측 시작이래 99년만에 가장 빨랐다. 코로나와 더불어 ‘추첨 벚꽃 산책’이라는 생뚱맞은 소식도 들렸다.
기억이 부활한다. 꽃 향기, 커피 향기, 추억의 향기, 시간이 물들어간다. 그렇게 ‘팡팡팡 펑펑펑 절정에서 터뜨린’ 개화(開花)도 꿈결처럼 사라지고 만다. 순간의 미학을 빚는게 벚꽃의 길이다.
바람은 신의 숨결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 ‘팡팡팡 펑펑펑’ 그러나 고작 일주일이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내고 일제히 사라진다. 근심은 없다. 4월은 또 찾아 올테니까. 꽃들은 약속을 지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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