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글이 올라온 울산 지역 커뮤니티 캡쳐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좀 잠잠해졌나 했더니 이번엔 ‘불량 급식’ 의혹이 터졌다.

원생 숫자가 100명이 넘는 울산의 한 어린이집의 급식에서 잔반 재사용을 의심케 하는 이물질이 발견됐고, 조리 상태마저 비위생적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자신을 해당 어린이집 퇴직교사라고 소개한 글쓴이가 지역 커뮤니티에 양심선언을 통해 이런 의혹을 폭로한 건데, 학부모들은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공분’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지역 모 커뮤니티에는 ‘OO 어린이집 급식상태’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7장이 게시됐다.

사진 속에는 급식에 사용되는 대형밥솥이 제대로 관리 되지 않은 듯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보이는 묵은 때가 잔뜩 끼어 있었다.

더욱이 밥솥이 올려 진 나무선반은 심각하게 부식된 상태였고, 선반 톱밥이 찌든 때, 먼지 등과 뒤섞여 지저분한 상태였다.

글쓴이, 즉 전직 어린이집 교사 A씨는 어린이집의 위생상태 개선을 위해 자신이 양심선언을 하는 거라고 주장했다.

A씨는 “어린이집 원생이 100명이 넘는데 그 많은 인원의 밥을 조리실에서 다 못하니 일부는 창고처럼 쓰이는 교실 베란다에서 했다”며 “밥통을 매일 씻어도 너무 낡은 상태라 하루 만에 밥물이 넘치고 코팅은 아예 벗겨져 매일 눌은밥이 붙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관리자에게 ‘베란다에서 밥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봤지만 같은 상황은 반복됐다”면서 “근무할 때 몇 번이나 어린이집에 항의를 했지만 원장은 몰랐다며 오히려 교사를 탓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비위생적인 급식상태를 고발하는 추가 증거로 원생들에게 제공된 급식 식판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김치 반찬에서는 이물질인 비닐껍질과 함께 맛살까지 들어있었다.

폭로글이 올라온 울산 지역 커뮤니티 캡쳐

이 게시글은 하루만인 18일 현재 6,500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댓글도 130여개가 달렸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들이 이 어린이집을 다녔었는데 그때도 급식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며 “저런 위생상태로 만든 음식이 아이들 급식으로 나간다는 게 기가 찬다. 신고 좀 해달라”, “아이들 먹거리로 장난치는 건 학대나 마찬가지다. 비단 이 어린이집 만의 문제가 아닐 것 같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급기야 해당 어린이집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부모들은 ‘급식 문제를 직접 해결하자’며 단체 오픈 채팅방도 개설한 상태.

이 채팅방에는 7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간식조차 부족했다’는 A씨의 연이은 폭로도 나왔다.

A씨는 “우유나 두유는 5·6세 아이들이 1개로 두 명이 나눠 먹었고, 7세 아이들은 큰 애들이라고 1인당 1개씩 줬다”며 “오전 간식으로 치즈가 나오는 날도 딱 한 장씩만 줬다. 아이들이 치즈를 좋아해 더 달라고 해도 여유분이 없어서 못줬다”고 말했다.

또 “간식을 수거하는 직원에게 간식을 더 챙겨달라고 조리실에 전달하려고 했다가 되레 원감에게 혼났다”고도 했다.

반면 해당 어린이집측은 관리 소홀로 발생했던 일이라며 현재 모든 부분이 개선된 상태라는 해명을 내놨다.

어린이집 B원장은 “당시 꼼꼼하게 밥솥을 확인하지 못했던 건 불찰”이라면서도 “뒤늦게 밥솥 상태를 확인하고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취반기 공사를 서둘렀고 현재는 밥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김치에서 나온 이물질에 대해선 “조리실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 실수로 비닐 껍질이 들어갔던 것 같다”며 “맛살은 급식을 배식할 때 반찬마다 집게를 다르게 사용하는데 교사들이 한번씩 같은 집게를 사용하다 뭍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후 반찬통에 남은 반찬은 김치까지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으나 조리실에서 이 부분에 대해 개선되지 않아 몇 달 뒤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며 “그때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해 또 재발 시에는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는 사인을 받았고, 이후로는 잘 지켜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위생적인 급식실태를 폭로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해당 어린이집은 학부모들과 19일 오후 간담회를 가지기로 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