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도시’→‘생태도시’로 탈바꿈한 울산
 인간·자연 공존 ‘새로운 패러다임’ 위한
 新 산업 먹거리 ‘청정에너지’ 육성 노력

김석택
울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장·울산대학교 교수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의 시대도 종말을 고하겠지만, 석유가 부족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 셰이크 아마디(Ahmed Zaki Yamani)의 이 말처럼 인류가 역사의 새로운 단계로 나가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 것과 같은 궤의 과정이었다. 인류가 오랫동안 태양의 힘에 전적으로 의지해서 지내왔던 단계를 넘어, 석탄이라는 새로운 에너지로부터 산업혁명을 달성한 것은 약 200년 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화석화된 에너지의 사용은 대기 중 탄소의 농도를 급속도로 높여 왔고,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억 년에 걸쳐 서서히 지구의 환경에 맞춰 자신을 진화해왔다. 똑같은 포유류라 할지라도 적도지방에 사는 코끼리와 극지방에 사는 코끼리는 그 외모부터 식생활, 서식지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류가 겨우 200년간 변화시킨 지구의 환경은 지구상의 생물에게 적응할 충분할 시간을 주지 않았고, 지구의 연평균 온도가 단지 1~2도가 오르는 것만으로도 생태계는 극심한 변화를 겪게 된다.
1970년대 대한민국이 중공업 중심의 경제발전 방향을 결정하면서 울산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산업 수도로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앞장서 끌어온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은 산업 수도 울산을 상징하는 산업들이었고, 이 산업들은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량의 환경오염물질을 낳는 괴물이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고 오염물질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비롯,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화학제품을 생산하며 발생하는 대규모 유해화학물질이 그것이었다.

또한, 경제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한 노력은 오히려 수많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더 좋은 상품을 더 빠르고 더 값싸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환경이나 복지에 신경 쓰기보다는 오로지 기업이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1990년대까지의 울산은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에는 부적절한, 단지 일자리가 많아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동자 도시, 그야말로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1997년7월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 울산시 행정이 중심이 돼 120만 시민들과 20여년에 걸쳐 ‘생태도시(에코폴리스) 울산’이라는 정책을 수립하고 꾸준히 추진해오면서 환경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해왔고, 그 상징인 오염된 태화강을 깨끗한 태화강으로 되살려 지난해는 정부로부터 ‘태화강 국가정원 2호로 지정’받는 성과(2020년 7월)를 올렸다.

21세기가 시작된 지도 어언 20여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를 찾고 있다. 태양열, 풍력, 지열, 조력 등 청정에너지가 바로 그것이다. 울산은 세계적 경제 선진국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 수도로서 지구의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이겨내고, 새로운 산업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 그 어떤 국가, 도시보다도 앞장서 청정에너지를 찾아내고 받아들이기 위한 지속가능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반세기 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였지만, 현재 전 세계 9위에 해당하는 GDP를 가진 경제 선진국으로 발전했고, 울산 역시 화석 에너지에 의지해 오직 경제적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도시에서, 깨끗한 자연환경과 발전된 산업을 동시에 가진 생태도시로 거듭났다. 즉, 인류가 현재 겪고 있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많은 문제를 앞장서 고민해나가고 해결해나가야 하는 위치에 있는 도시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경제적 이익에만 몰두해 ‘삶의 질’, 즉 시민의 안전과 환경을 경시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발전, 즉, ‘지속가능한 생태안전도시’ 패러다임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산업도시 울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본가와 노동자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는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다뤄졌던 디스토피아처럼 우리 인류의 미래가 가혹하고 삭막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를 지배하고 착취하고 더럽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지속 가능하게 번영하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석택 울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회장·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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