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宇 집 宙, 한자 우주(宇宙)는 집을 의미한다. 골목길 모퉁이나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다소 어설픈 집들, 그렇기에 그 구조물은 ‘부동산’이 아닌 ‘집’ 자체다. 반면 아파트는 ‘부동산’이라는 형식을 통해 끝없는 욕망을 ‘깔고’ 서 있다. 콘크리트 무한 육면체 블록에 일단 들어가면 20평의 입방체를 30평으로, 40평으로, 1층을 5층으로, ‘로열층’으로, 계속 높이고 넓히려는 욕망에 시달린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발을 들여놓고 놀라는 것이 수려해야 할 강변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아파트 행렬이다. 지방 여행 때 역시 산 아래, 들판에 도열한 고층 아파트들이라고 한다.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굽겠다.” ‘빵 투 아네트’ 건설교통부 장관도 있었다. 마음이 각박해지는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전망 좋은 집을 찾다 보니 고층으로만 향한다.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마다 고층 아파트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선바위) 일대에 1만5000호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국토부가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의 후속 조치로 선바위 지구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울산시는 ‘서부권 신도심 성장 축이 마련됐다’며 반기고 있다.
이미 콘크리트 아파트가 갑갑하게 들어선 울산시가지를 잠깐 벗어나다 보면 스카이라인이 시원하게 뻗은 입암들, 즉 선바위 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풍광을 갈아엎고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 촌이 될 것을 상상하면 끔찍하다. 
그렇다면 울산시민들에게 집이 모자라서일까. 우리나라 7대 도시 중 주택공급률이 가장 높은 곳이 울산이다. 수치로만 따져봐도 주택공급률 111.5%로 전국 평균(104.8%)을 웃돌고 있다.
고층 아파트는 도시미관 획일화와 몰개성은 물론 교통체증 등 부작용의 상징이 되고 있다. 울산시는 주택보급에만 쫓기고 있는 정부 방침을 무개념으로 따르고 있다. 선바위 지역의 자연환경 등을 고려해 친환경적인 서부권 개발계획을 세우고 고층 아파트 건설만은 적극 피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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