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선 영원한 우방·적국 없기에
각종 만행 일본에 머리 조아릴 필요 없어
제대로 반성할 때까지 계속 맞서 싸우자

 

 

신성봉 울산 중구의회 의원·역사학 박사

이 정도면 악연도 보통 악연이 아니다. 바로 한·일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2018년 우리 대법원이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을 내리자 사과하고 배상하기는커녕 일본은 지난 2019년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에 나서며 치졸한 경제침략 전쟁을 선포했었다. 여기에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라는 초강수로 응대하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져만 갔다. 

결국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격 사퇴한 뒤 스가 요시히데 총리 체제로 변화하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던 한일관계에 반전의 계기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요원하기만 했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노라 결정하며 반인륜적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이미 28년 전인 지난 1993년 러시아가 방사성 폐기물을 일본 근해에 버리려고 하자 강력 항의해 놓고 자신들은 값싸고 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논리만으로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겠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일본정부가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이 함유된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시켜 농도를 낮추겠다는 생각인데 농도를 낮추겠다는 계획도 그간 일본이 보여 온 이중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를 비춰볼 때 신뢰에 의문이 갈 뿐만 아니라 농도를 낮춘 바닷물이 어디로 가겠는가? 방류된 오염수는 북태평양 해류를 타고 짧게는 200일, 길게는 400여일 만에 동해에 도달해 해양을 오염시킨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일 아니겠는가?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도 도출된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불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수산업 보호 명분을 넘어 해양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이번 일본정부의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 전 세계는 물론 주변국 모두가 지구적 재난으로 인식, 한 목소리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조선시대 이전의 역사를 차치하더라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대변되는 일본과의 악연을 거쳐 일제강점기라는 근대사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당사자가 바로 일본임을 우리 국민 모두는 결코 잊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강제징용과 위안부 만행의 현대사를 넘어 최근에는 경제침략행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지속적 방해, 그리고 원전 오염수 방류에 이르기까지 이쯤 되면 일본은 악연을 넘어 우리의 ‘주적(主敵)’으로 삼아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일본의 이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표하는 미국의 행태를 미뤄볼 때 지난 1905년 소위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러일전쟁 당시 미국과 일본이 비밀리에 만나 미국의 필리핀 영유권을 인정하는 대신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묵인하겠다는 뒷거래를 통해 우리에게는 오욕의 역사를 남긴 중요한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미국과 영국 등 강대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야욕에 동의한 것이라면, 지금은 중국의 견제를 위해 미국이 일본을 이용하는 식의 제국주의가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미국과 일본의 밀약을 전혀 몰랐던 고종이 아무런 대책 없이 미국을 호의적인 국가로 인식,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략했던 아픈 역사를 지금의 우리 대한민국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영원한 우방도, 적국도 없는 현대사회에서 일본이 한반도의 주변국으로서 예의를 갖추지 못한 채 마치 우리를 식민지 취급하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이를 더 이상 묵과하거나 좌시해선 안된다. 보다 단호하고 명확한 어조로 강경한 대응에 나서며 필요하다면 맞서 싸울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한 때다. 

이미 우리 울산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이 결정 철회나 제대로 된 반성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 그 출발점이다. 우선은 자치단체가 먼저 나서 행정제품이나 각종 공사, 사업현장에서 일본산 수입제품 사용을 중단하고 그 어떤 협력관계도 보이콧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일본정부가 악연의 단초를 제공한 이상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용납할 수도, 굴복해서도 안된다. 일본을 상대로 더 이상 굴종의 역사를 반복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당당히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 

 

(신성봉 울산 중구의회 의원·역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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