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선진국들의 코너가 따로 있었다. 다행히 한국관도 마련돼 있어 반가웠는데 알고 보니 삼성 이건희 회장이 출자해 마련된 한국관이었다. 
미국 석유 재벌 데이비드 록펠러는 세계적 유명 미술작품 1,550점을 소장했다. 록펠러가는 그가 세상을 떠나자 미술관을 세우는 대신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고 얻은 수익금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기부했다. MOMA는 뉴욕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작품 2만 3,000여 점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유족이 기증을 결정한 문화재 2만 1,600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미술품 1,4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기증될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와 퀄리티에서 유례가 없는 세기의 기증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기증은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증품 한 점 한 점이 금전적으로 평가될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다. 르네상스 때의 메디치가나 페기 구겐하임, 찰스 사치의 예에서 보듯 이번 기증은 사회공헌과 환원의 가장 성숙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보를 비롯해 근대 미술의 한국 대표 작가와 서양 거장 작품을 망라하고 있다. 이들 미술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도 양구 박수근 미술관 등 각 지역에도 나눠 기증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미술관에는 이미 기증됐다. 대구를 대표하는 화가 이인성을 비롯해 이쾌대·서동진·서진달·변종하 화백 등 8명의 작품 27점으로 알려졌다. 
울산시립미술관이 내년에 개관될 예정이다. 진작 설립돼 유명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면 이번에 한몫 기증 받을 수 있었지 않을까 크게 아쉽다. 기증교섭에 나섰으나 성사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신설 미술관 격려 차원에서 한 점이라도 기증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겠다. 기증받기 어렵다면 개관 기념전 때 ‘이건희 컬렉션’ 대여 전시라도 성대하게 기획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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