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란 관심·사랑을 에둘러 표현한 것
사람은 혼자 살아 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부담스러운 사람과도 인사·마음 나누길

 

오세재 글로벌나눔인성교육원 원장

한국 관광 100선 중의 하나인 춘천 남이섬이 있다. 한 때는 쓰레기와 오물로 버려진 3류 유원지였지만 강우현 사장의 손에 잡힌 후,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남이 공화국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리기라도 한 것인가? 어지럽게 지나가는 전신주를 땅에 묻고 나니, 밤하늘의 별과 달이 보이고,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또한 버려진 소주병과 맥주캔을 활용하여 창작의 공간을 만들고, 버려진 폐자재도 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울창하게 자란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속의 예술 공간이 새로운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이제 남이섬은 남한강 안에 버려진 섬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 쯤 가서 여가를 즐기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나누는 휴양지가 되었다. 
남미 에콰도르에서 서쪽 1,000km 지점에 갈라파고스 섬이 있다.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할 때 갈라파고스의 핀치새를 보고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육지와 1000km 떨어진 거리는 육지의 영향을 받지 않기에 충분하다. 한동안 잘나가던 일본의 전자회사의 몰락을 말할 때에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을 말한다. 일본 통신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모바일인터넷, 모바일 TV 등이 상용화됐으며, 휴대전화 기술은 1999년 이메일, 2000년 카메라 휴대전화, 2001년 3세대 네트워크, 2002년 음악파일 다운로드, 2004년 전자결제, 2005년 디지털TV 등 매년 앞선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일본 내 3세대 휴대전화 사용자가 2009년 들어 미국의 2배 수준인 1억 명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커다란 내수시장에 만족해 온 일본은 국제 표준을 소홀히 한 탓에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만들었다. 
600년경에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는 베트남마저 복속하면서 최고의 부흥을 누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수나라가 최신식 무기인 소차(정찰용 드론), 포차(돌을 날려서 성을 파괴함), 운제(높은 성까지 군인이 올라갈 수 있는 장치), 당차(성문을 부수는 기계)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고구려를 정복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고구려에는 이중 구조의 산성과 해자, 철질려(일종의 지뢰) 쇠뇌(강한 힘으로 쇠철갑까지도 뚫었다고 한다), 을지문덕 장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나라의 쇠뇌 기술자를 통해 중국을 능가하는 쇠뇌를 만든 것이다. 고구려가 당시 최강국인 수나라를 이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한다. 
함께 하면서도 외로운 것을 느끼는 ‘together alone’ 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같은 밥상에 앉아서 밥을 먹어도, 같이 차를 타고 다녀도, 외로운 사이가 있다. 마음이 흐르지 않으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것이다. 가까운 지인 중에 고부간의 어려움을 느끼는 부인이 있었다. 시어머니는 늘 어려운 상대이다. 어른은 어린 자식이 나이가 60살이 되어도 걱정이 된다. 의도하지 않은 잔소리가 나간다. 그래야 안심이 된다. 어른의 잔소리는 반찬과 같은 것인데, 어린 사람은 그것이 부담스럽고 눈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자주 형식적인 사이가 되고 만다. 그런데 요즘은 고부사이가 너무 좋아졌다고 한다. 무슨 비법이 있었느냐고 하니까, 시어머니를 안아주면서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라고 몇 마디 말을 한 것뿐인데, 그 뒤로 사이가 모녀(母女)지간처럼 좋아졌다고 한다. 어른이 되면 잔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 속에는 사랑이 숨겨져 있다. 자녀들은 부모의 잔소리를 노래소리로 여겨야 한다. 몇 마디 잔소리에 마음을 닫고, 눈치를 보는 며느리를 두고 사는 시어머니는 얼마나 마음이 외로운가? 그런데 어느 날 며느리가 “어머니 사랑합니다.” 했으니, 시어머니의 마음은 녹아 버린 것이다. 갈라파고스처럼 나 혼자 뚝 떨어져서 살 수는 없다. 이제 5월이다. 가장 부담스러운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마음까지 나누게 된다면 마음에 꽃이 필 것이다. 

(오세재 글로벌나눔인성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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