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노동조합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해외 투자와 현지생산이 이뤄지면 국내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노조는 최근 대의원대회를 통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에 차세대 차종이나 친환경 차 관련 주요 부품 개발·생산을 국내 공장에 우선 배치하는 방안을 상정한 바 있다. 이번 대미투자 건이 노사갈등의 도화선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사측의 일방적 투자 계획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해외공장을 확대하기보다 품질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의 국내공장을 강화하고, 4차산업 신산업을 국내공장에 집중투자하는 길이 현대차가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의 불신이 큰 마당에 노조와의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천문학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5만 조합원과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측 발표는 2025 전략에도 없는 내용으로 4차 산업 시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투자계획부터 생산개발 과정까지 노조와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충고를 내팽개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확산으로 IMF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하면서 친환경차, 모빌리티,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산업이 격변하는 전환시대에 기술 선점과 고용 보장을 위한 새로운 노사 관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회사나 노조의 뜻을 무시하는 일방적 해외투자를 강행한다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국가 간 관세 문제로 일정 정도 해외 공장 유지는 부정하지 않지만, 해외공장은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정상회담을 두고 준비한 선물용이라면 더 비판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공개한 미국 투자액은 연간으로 따지면 1조6000억원으로 8%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핵심 사업장과 R&D 시설이 대부분 위치함에 따라 전체 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투자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내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을 노조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노조로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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